'기러기 아빠' 허리 더 휜다 … 10만弗 송금때 8개월새 153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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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으로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 같은 액수의 외국돈을 보낼 때 원화를 더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돈 1달러를 마련하려면 936원10전의 원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1089원40전으로 16.3% 더 줘야 한다. 원ㆍ달러 환율이 그만큼 오른 탓이다.
미국에 유학 보낸 자녀와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간 아내에게 10만달러를 송금한다고 하면 지난해 말엔 9361만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1억894만원이 필요하다. 8개월 만에 1533만원이 더 드는 것이다. 우리돈 1억원을 환전한다고 했을 때 지난해 말에 미국 달러화로 10만6826달러를 보낼 수 있었지만,이제는 그 금액이 9만1793달러로 1만5000달러 이상 송금액이 줄게 된다.
자녀를 캐나다에 유학 보낸 가정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캐나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올 들어 942원10전에서 1037원57전으로 10.1% 올랐다. 캐나다돈 10만달러를 보내는 데 드는 원화가 작년 말엔 9421만원에서 이제 1억375만7000원으로 954만7000원이 더 필요해졌다.
같은 영어권 국가인 호주에 유학생을 둔 기러기 아빠도 허리가 휘긴 마찬가지다.
호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 들어 13.9% 절하됐다. 호주돈 10만달러를 환전하는 데 드는 원화는 작년 말 8205만원에서 지금은 9349만원으로 1100만원 이상 늘었다. 웬만한 샐러리맨 석 달치 월급에 이른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 중 고통이 가장 심한 사람은 일본에 자녀를 보낸 경우다. 원ㆍ엔 환율은 작년 말 839원60전에서 26일 현재 993원89전으로 18.3% 상승했다. 1000만엔을 보낸다고 할 때 필요한 원화는 작년 말 8396만원에서 이제 9938만9000원으로 1542만9000원이나 늘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학생 자녀들에게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라면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달러화 강세가 원화 강세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소액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것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