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사진)가 국내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

바그너는 오는 10월에 있을 국립오페라단의 '살로메' 총 연출을 맡았다. 국립오페라단이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두번째 무대다. 원래 연출가는 한태숙씨였으나 건강 문제로 갑자기 교체된 것.지난 7월 취임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이 개인적인 인맥으로 바그너를 섭외했다.

바그너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스페인,뮌헨에서 미술과 무용을 공부했으며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3년간 종합예술의 기초를 쌓았다. 독특한 해석과 깔끔한 미장센으로 명성이 높은 그는 영국 출신의 무대감독 코너 머피와 함께 이번 공연을 꾸미게 된다. 이들 콤비가 만든 '살로메'는 프라하에서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고의 무대미술품 축제인 '콰드레니얼'에 전시될 만큼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에 독일 낭만파 음악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인 작품.유대왕 헤롯은 그의 형수 헤로디아스와 결혼하지만,조카에서 딸이 된 살로메에게도 욕정을 품는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부모의 불륜을 비판하던 요한은 살로메를 거부한다. 이에 분노한 살로메는 헤롯왕을 유혹해 요한을 처형한다.

'살로메'는 연출가와 여주인공의 역량이 적나라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담한 불협화음과 무조(無調) 음악에 가까울 정도로 모던한 형식 안에 감미로운 선율을 녹여내는 것이 연출가의 몫.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감을 조성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얻기 위해 옷을 하나씩 벗으며 헤롯왕에게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장면과 죽은 요한의 머리에 키스하는 장면 등 뛰어난 연기도 필요하다. 노래와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한예진과 이지은이 번갈아 살로메를 연기한다.

10월2~5일 LG아트센터.관람료 1만~9만원.학생은 반값.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