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두순학

큰 바다 파도는 얕고
사람 한 치 마음은 깊네
바다는 마르면 바닥을 드러내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 알 수가 없네


感遇(감우)


大海波濤淺, 小人方寸深.
대해파도천 소인방촌심

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


마음을 얻으려면 귀부터 열어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첨단 과학으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여론 분석이나 소비자 조사의 적중률이 90%를 넘는다지만 10%의 오차로 뜻밖의 결과가 나오곤 한다.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확신을 갖고 기대했다가 고객들의 차가운 반응에 당혹해하는 경우도 많다.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을 제대로 읽고 진정한 교감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폴 랜킨의 커뮤니케이션 실험 결과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위해 쓰기 9%,읽기 16%,말하기 30%,듣기 45%의 비율로 시간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경제신문이 분석한 1등 영업사원의 비결도 '무조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비우고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경청'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상의 방법이다.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칭기즈칸은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까막눈이었지만 경청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과 교감을 즐긴 그는 늘 귀를 열어두고 누구의 말이든 세심하게 들었다. '적게 말하라'와 '듣지 않고는 결정하지 마라'를 생활 철칙으로 삼았다. 소소한 결정에도 참모들의 의견을 구했으며,포로로 잡혀온 적에게도 귀를 열고 생사선택권을 주었다. 이처럼 '마음을 얻기 위해 귀를 여는' 칭기즈칸의 소통법은 몽골 제국의 성장 원동력이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큰 입'이 아니라 '큰 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