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프로그램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 밤 미국 뉴욕증시의 급락 소식에 1%대 이상 밀려 1470선에서 부진한 출발을 보이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확대되며 낙폭을 줄여 약보합권까지 올라선 상태다.

오전 11시 3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300억원 순매도, 개인이 825억원 순매도, 기관이 1908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가 2952억원 순매수(차익 2409억원 순매수+비차익 567억원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전날 금융시장을 충격에 몰고 간 원/달러 환율 급등은 이날도 계속되고 있다. 11시 26분 현재 환율은 전일대비 7.50원 오른 1086.40원을 기록중이다.

밤 사이 미국에서는 세계최대 보험그룹인 AIG의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미국 캔자스주 지방은행인 콜럼비안은행의 폐업 소식, 사상최대 수준의 주택재고 등 부정적인 소식들이 쏟아지며 불안한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0.45%오르긴 했어도 유가 급등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라는 새로운 골칫거리에다가, 여전한 신용위기로 인해 증시 주변은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에 싸여있다.

그러다 보니 투자전략은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게 되고,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증권사들이 매수를 권하는 주식이라고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나아 보이는 배당주 정도가 눈에 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보면, 자연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증시를 떠받칠 만한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의 박문서 애널리스트는 “지난 고점대비 차익프로그램의 매수여력은 7000억원 정도”라며 “현재 2000억원대 차익 매수세가 들어온 상태라 남는 물량은 약 5000억원 가량인데, 이 정도는 2~3일 정도면 다 소진될 물량이고, 장중에 낙폭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제 9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청산에 따른 매물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 될 듯 하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만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그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그래도 투자자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인내심을 갖고 견뎌야 할 게다. 그것이 투자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숙명이라면.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