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나무는 산소를 뿜어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무는 CO₂(이산화탄소)도 배출한다. 긴 시간 썩어가는 과정은 더욱 그렇다. 도시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들판의 소들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공급한다는 계산도 있다. 결국 채식주의자가 돼야 할 판이다. 농업은 환경 친화적이지만 공장은 환경 파괴라는 생각도 오해다. 오늘날 사막으로 변한 대부분 지역이 과거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농업지대였다.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는,그래서 인류 최초의 대규모 유전 공학적 농업지대였던 이라크 초생달 지역은 지금은 사막이다. 그리스도 이집트도 농업 피로가 쌓인 끝에 사막화되고 말았다. '유전 공학'이라는 단어에 "어이쿠! 유전자 변형 식품(GMO)"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맞다. 오늘날 5대 작물 중 자연상태 그대로인 것은 없다. 모두 원시적 유전공학 기술이 적용된 결과다. 인류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 도시들이 수몰될 것이라는 한승수 총리의 생각도 오해의 하나다. 얼음이 녹아 수위가 높아진다는 주장은 정말 기발하다. 얼음은 녹으면서 부피를 줄여 같은 무게의 물로 돌아갈 뿐이다. 이는 초등생도 안다. 물론 지금 해수면은 미세하게,아주 미세하게 높아지고 있다. 빙하가 아니라 온난화로 물의 부피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온난화가 인간 때문인지는 불명이다. 중세의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2,3도나 높았다. 13세기부터 작은 빙하기가 닥치면서 그린랜드에 얼음 층이 형성되고 지금의 빙하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환경주의자들은 아예 모른 척한다. 그린랜드가 푸른 섬으로 돌아가는 것이 잘못인가.

북극 곰이 다 죽어간다는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도 픽션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북극 곰 개체수는 오히려 4배 이상 늘어났다. 얼음이 다 녹아버린 바다에서 북극 곰이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유명한 장면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다. 공포물 시리즈는 이 외에도 많다. 산성비 소동도 그 중 하나다. 독일의 검은 숲에서 처음으로 관찰되었다는 산성비는 식물의 성장을 오히려 촉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지면서 10년 히스테리의 막을 내렸다. 과장과 단순화,그리고 적절한 공포를 비벼놓은 것은 생태주의 환경운동가들의 오랜 수법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서울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광우병 소동과 그 진행과정이 놀랍도록 똑같다. 산업과 문명을 거부하는 좌파 환경선동은 60년대부터의 작품이다. 언론과 정치인들이 그 지적 사기를 부추겨왔다. 환경운동은 그렇게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내건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태양과 원자력과 바람은 과학의 힘을 빌려서만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반문명의 생태주의 골목길로 들어설 가능성이다. 한 총리의 발언을 듣다보면 벌써부터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R&D(연구개발)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이 한국의 과학계다. 올해 예산이 11조원에 달하고 환경 기술에만 해마다 2조원씩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한때 황우석씨가 그랬던 것처럼 눈먼 예산과 보조금 따먹기 게임에 불 붙이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환경 단체들이 또 벌떼처럼 달려들어 여기서 생업을 영위하기로 든다면 이는 거대한 좌파적 기만이 되고 만다. 차라리 대운하가 낫다. 적어도 그것에 허위는 없다. 환경론자들이 무너뜨린 대운하 대신 저탄소 성장론을 내건다는 논리가 정말 고약하다. 생태주의 환경론은 죄의식을 부추기고 인류의 파국을 예언한다는 점에서 기독교 종말론의 사이비적 변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념 정향에 종종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