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ㆍ수ㆍ축산물 가공식품 의약품 전자제품 물류서비스 등 서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품목의 가격 적정성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국제비교 조사'가 실시된다.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을 찾아내 그 이유를 따져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불공정거래 조사가 필요한지 판단,가능한 조치를 취해 가격을 확실히 낮춰보겠다는 취지에서다.

24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개최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비공개 안건으로 논의했다. 국제비교 조사는 가격 수준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품목의 생산-유통-소비 등 전 단계에 대해 외국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상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차 후보군은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품목은 △농ㆍ수ㆍ축산물과 가공식품(농림수산식품부) △의류ㆍ전자제품 등 주요 공산품(지식경제부) △의약품과 의료서비스(보건복지가족부) △물류서비스(국토해양부) △공연료 등 문화 관련 서비스(문화체육관광부)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조사하겠다는 품목은 많지만 아직 기초조사가 충분치 않아 확실한 타깃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것저것 대충 하는 것보다는 1~2개만이라도 확실하게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부처별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사 대상을 엄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류 제품의 유통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기름을 팔 수 있게 한 것과 유사한 수위의 정책들이 검토될 것"이라며 "담합이 문제라면 당연히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고,제도나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근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과정에 낀 거품에 대해 소비자원이나 민간 소비자단체에서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야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세제나 법을 다소 바꿔서라도 물가를 잡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주재한 을지 국무회의에서는 "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평소 사고의 한계에서 벗어나 발상을 바꿔 정책을 개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