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포기를 전격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일렉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22일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만든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PE로부터 대우일렉 인수 포기에 대한 정식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우일렉은 지난해 5월 인도의 비디오콘에 이어 두 번이나 매각이 좌초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 물론 대우일렉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인수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국내 기업들도 전무했다.

더욱이 인수 후보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자본투자 이익을 노린 금융사였다. 하지만 요즘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M&A 시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번 매각 무산이 가져다준 충격은 작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무 투자자의 한계?

대우일렉은 그 자체로 한계기업이다. 주력 생산품목의 채산성은 간신히 영업이익을 남기는 수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M&A 시장에선 기업가치를 높이고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산 고용 등과 같은 기업의 활동과 형태를 유지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이 대목에서 인수 후보자와 대우일렉의 생각이 달랐다.

회사와 노조 측은 모건스탠리가 재무적 투자자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미래의 생존보다는 돈 되는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는 전략에만 골몰할 것이라고 의심했다. 반면 모건스탠리 측은 노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경영구조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 듯하다.

채권단은 일단 모건스탠리 측의 태도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매각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이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조 때문이라는 것.지난 6월 대우일렉 노조는 모건스탠리PE의 '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모건스탠리 측에서 냉장고 생산라인이 있는 광주공장만을 남겨둔 채 구미공장과 인천공장을 매각하려 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규모와 계획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인데도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모건스탠리 측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금부족이냐,노조 때문이냐

하지만 회사측과 노조의 얘기는 다르다. 지난 7월 매각 결렬을 우려한 노조가 "구조조정 문제는 인수작업을 마친 뒤 새주인과 협의하자"고 회사측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우일렉이 지난해 5월 전체 직원의 40%에 달하는 1530명을 감원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인력 재감축 가능성까지 끌어안으면서 매각에 협조를 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건스탠리가 인수를 포기한 것은 회사나 노조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모건스탠리PE가 제지업체인 한국노스케스코그를 8100억원에 단독으로 인수하려다 자금난에 부딪쳐 신한은행이 만든 사모펀드와 손을 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실제로 모건스탠리는 미국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지난해 2분기 105억달러에 달하던 매출이 지난 2분기 65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주당이익도 지난해 2분기 주당 2.35달러에서 0.97달러로 급감했다.

채권단은 모건스탠리와의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다음 주 중에 재매각 추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채권단은 작년 11월에 실시했던 입찰에 응한 리플우드 등 차순위자와 협상을 하는 방법과 추가 구조조정안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 청산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은행관리나 법정관리를 하는 방안도 있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