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19일자 톱 기사 제목은 '시진핑 국가부주석 류샹에게 위로전문을 보내다'였다. 전날 올림픽 경기 남자 110m 허들에 출전했다가 갑자기 경기장을 떠나버린 류상의 행동에 대해 중국 국민사이에 큰 논란이 일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사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나타낸 것과 마찬가지다.

류상은 중국의 '아이콘'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에 육상 최초의 금메달을 선사,서방의 파워를 극복하는 상징이 됐다. 2006년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고,그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류샹이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고 중도 포기했다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허탈감과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류샹이 경기를 포기한 직후 중국 인터넷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난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 부주석이 그에게 위로전문을 보냈다는 것은 류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지침이 내려진 셈이다. 중국 언론들은 시 부주석의 전문에 맞춰 '진정한 관심은 관용이다' 등의 제목으로 류샹을 포용하는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이것이 중국의 정치시스템이다. 최고 지도자의 말은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그것으로 모든 기준과 원칙이 세워진다. 그 말에 반대하는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형성이 안 된다. 비민주적이고 낙후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만, 13억명이란 인구를 통제하는 데는 적지 않게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모든 사회현상을 이렇게 스스로의 말로 정리정돈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그래서 생기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증시다. 중국 증시는 작년 10월 이후 60%가 넘게 추락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에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자금공급을 늘리겠다' '물량공급을 줄이겠다'는 립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정부의 말에 기대했다가 아무 조치도 안 나오자 실망한 사람들이 투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시장은 류샹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부는 결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