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

이달 7일 통화당국은 만 1년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5.0%에서 0.25%포인트 올렸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소지를 줄여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 상승압력을 다소나마 완화시키기 위해서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통화당국이 본연의 물가안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옳은 판단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아직 채권시장과 단기금융시장이 질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장단기 금리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고하지 않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와 밀접한 시장금리 인상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오히려 금융회사 대고객금리인 예대(預貸)금리만 큰 폭으로 반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금리인상 이후 시장금리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각 금융회사들은 즉각 예대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통화당국의 금리인상이 실물경제로 쉽사리 연결되지 못해 그 기대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고객금리 상승은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자금 여유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이자소득은 늘어나는 반면,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나 기업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정책의 영향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경기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금리인상은 향후 부동산가격 급락과 금융권의 연체율 급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면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본격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지 4년이나 지난 1989년부터 긴축정책을 펼쳤으며,1991년 붕괴된 후 적절한 대응 부족으로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도 2004년부터 지속적인 금리인상(2004년 7월 1.0%에서 2007년 7월 5.25%로 상승) 이후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졌다. 현재 미국은 우려스럽게도 주택건설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장기불황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미국과 같은 부동산시장 경착륙과 이에 따른 장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책당국의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즉 통화당국의 확고한 긴축의지가 매우 중요하지만 급격한 긴축정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물가안정이 시급한 해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정책과 같은 거시적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미시적 대응이 요구된다. 최근의 물가불안이 총수요 요인보다 주로 해외 공급측면에서의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총수요 압력완화를 겨냥한 금리인상은 적절한 처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대출 경쟁으로 통화량이 최근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이번 금리인상으로 유동성 감소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기회에 경제주체들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우리 산업의 원유의존도를 낮춰 효율성을 제고하고,과시적이고 낭비적인 에너지 소비 패턴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해외 유전개발 등 자원 확보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개인 소비생활에 있어서도 분수에 넘치는 에너지 과소비를 지양하고,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생활습성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