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녹내장,당뇨병성 막망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힐 정도다. 매년 20만명이 발병하는 미국에서는 노인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황반이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중심 부위로,글자를 읽거나 색을 구별하는 등 '보는 기능'의 90%를 담당하는 곳.황반변성이란 망막 주변에 비정상적으로 생긴 신생 혈관들이 터지면서 흘러나온 피와 삼출물들이 황반을 손상시키면서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을 말한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전체 황반변성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은 심각한 시력 상실을 유발하지 않지만,실명을 일으키는 습성으로 진행되곤 한다. 국내에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대략 5000~7000명으로 추정된다. 습성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사물의 형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며 △색과 명암을 구별하는 능력이 감퇴되며 △시야의 중심에 검은 점이 생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황반변성 치료제에는 '비쥬다인(성분명 베르테포르민)'과 '루센티스(라니비주맙)'가 있다. 모두 노바티스가 만든 주사제다. 비쥬다인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 혈관들을 파괴해 황반변성 환자들의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비쥬다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약인 루센티스는 시력 보호뿐 아니라 회복까지 시켜주는 최초의 치료제다. 루센티스는 신생 혈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구 내 VEGF-A(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라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혈관의 출혈을 멈추고 신생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가 423명의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루센티스를 주사한 결과 95%는 시력을 유지했고,40%는 시력검사표에서 3줄 이상 더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비싼 약값(1회 150만원 안팎ㆍ연간 3~5회 투여)이 단점이지만,최근 건강보험 급여판정을 받은 만큼 내년 중에는 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의 부담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루센티스가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되면 대장암 치료제인 미국 제넨텍의 '아바스틴'을 루센티스 대신 주사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상당수 안과들이 아바스틴이 신생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장암을 치료한다는 점에 착안,황반변성 환자들에게도 사용했었다. 약값(1회 30만원 안팎)이 저렴한 덕분에 환자들도 아바스틴을 원했다. 하지만 아바스틴을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