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3대 의약품의 복제약 시장이 활짝 열렸다.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인 '플라빅스'와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인 '노바스크'에 이어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인 '리피토' 복제약이 지난 6월부터 출시됐기 때문이다. 이들 의약품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조원씩 판매되는 '블록버스터'로,국내에서도 매년 1000억원가량 처방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식하던 시장이 열림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앞다퉈 개량신약과 복제약을 내놓으며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두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관련 법에 따라 복제약이 나오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자동적으로 20% 하락하는 데다 복제약의 가격은 오리지널보다 15%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플라빅스,개량신약과 복제약 협공으로 점유율 하락

클리피도그렐을 주성분으로 하는 항혈전제 시장은 지난해 플라빅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동아제약의 '플라비톨'과 삼진제약의 '플래리스' 등 20여개 복제약이 순차적으로 출시됐기 때문.특히 플라비톨과 플래리스가 발매 첫해부터 100억원 이상 처방되면서 클리피도그렐 시장에서 플라빅스 점유율은 80%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사들의 공세는 올 들어 더욱 거세졌다. 의료정보업체인 유비케어에 따르면 플라비톨과 플래리스는 올 상반기에 각각 140억원과 1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종근당과 한미약품은 플라빅스의 화학 성분을 변경한 개량신약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종근당이 지난 6월 내놓은 '프리그렐'과 한미약품이 지난달 선보인 '피도글'은 플라빅스의 절반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력이 뛰어난 국내 대형제약사들이 개량신약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플라빅스의 시장점유율은 조만간 50%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클리피도그렐 시장은 오리지널과 복제약,그리고 개량신약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피토 복제약 시장을 잡아라"

노바스크의 첫 복제약이 나온 건 국제약품이 '국제암로디핀정'을 발매한 올 1월이었다. 하지만 노바스크가 국내에서 경쟁체제에 접어든건 한미약품이 개량신약인 '아모디핀'을 내놓은 2004년부터였다. 아모디핀은 지난해 555억원의 매출을 기록,노바스크의 대항마로 성장한 상태다. 그런 만큼 올초 선보인 노바스크 복제약은 고혈압치료제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리피토는 사정이 다르다. 개량신약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복제약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동아제약(리피논) 한미약품(토바스트) 유한양행(아토르바) 대웅제약(스피틴) 동화약품(아토스타)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일제히 복제약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리피토 복제약이 100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1라운드에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한양행은 6~7월 두 달간 업계 최고 수준인 6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리피토만한 복제약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웬만한 제약사들이 모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리피토 복제약 시장은 올 하반기에 5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뒤 내년에는 15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