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 3' 자동차 메이커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유가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매물이 쌓이면서 오히려 빅 3를 적자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SUV시장의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마치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과 닮은꼴이라고 보도했다.

·························································································································

미국의 주택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매매 동향만 보면 여전히 암울하다.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지는 13일 디트로이트 동쪽 트레버스가에 있는 한 주택이 1달러에 팔렸다고 전했다. 한 은행이 저당잡은 주택을 지난 1월 1100달러에 경매로 팔려고 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한 채 세금 등 관리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서둘러 1달러에 처분키로 한 것이다. 주택을 처분하는 데 들어가는 중개수수료와 밀린 수도료 등을 지불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은행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된다. 물론 매수자도 배관 공사 등을 하는데 상당한 돈을 써야 한다.

도시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신용경색으로 금융사들이 모기지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미국 주택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2.6% 감소한 486만채(연율기준)를 기록해 월간 판매 건수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압류 주택이 계속 증가하는 점에 비춰 집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CNN은 이날 한 부동산전문사이트를 인용,6월 말까지 지난 1년간 매매된 주택 가운데 25%가 취득 가격 이하로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택소유자의 약 3분의 1가량은 주택가치가 주택담보대출액을 밑돌아 빚 상환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가 차압을 막기 위해 300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망가진 주택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