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클러스터' 매번 탈락…숙박·교통시설 확충도 과제

G밸리로 일컬어지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입주기업 수는 최근 3년간 매년 20% 이상씩 늘어나 8000개에 육박한다. 정보기술(IT) 중심의 벤처기업들이 집중되면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비상 중이다. 업종이나 생산 제품 등을 볼 때 글로벌 첨단산업의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2006년 4조9400억원에 머물던 G밸리 전체 생산액이 지난해 5조352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눈부시다"며 "올해는 첨단기술을 가진 IT기업들의 맹활약으로 전체 생산액이 6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G밸리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IT·벤처산업의 산실로서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급격한 압축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인력은 늘어났지만 1인당 생산액은 약 400만원일 정도로 영세한 기업이 많다. 상습적인 교통체증과 출퇴근 혼잡,배후지원시설 부족이란 약점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 수는 3년 안에 1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인프라 확충과 기술력 제고 등 지원대책이 강구되지 못한다면 양적 성장으로 인한 한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통난과 숙박 및 문화시설의 부족으로 인한 근로환경 악화를 해결하는 것.신명진 서울구로디지털단지 기업인연합회장(전진켐텍 대표)은 "바이어가 와도 재울 만한 곳이 없어 강남까지 자동차로 2시간 이상 모셔가야 하는 실정"이라며 "근로자들이 문화혜택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 안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지원 후보에서 툭하면 제외되는 '역차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대학의 산학연구 관리자는 "산업단지 클러스터 지원후보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매번 탈락됐다"며 "이로 인해 기술력이 우수한 입주기업들이 산학연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양적성장을 따라갈 만한 질적성장을 이루려면 공단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현실에 맞게 완화해주고 도로망을 확충하는 등의 구조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인중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입지센터 소장은 "G밸리에는 자본이 적고 몇 년간 연구개발(R&D)에만 투자해야 되는 업체가 많은만큼 이들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벤처캐피털과 M&A 컨설팅 업체들과의 유대 강화가 절실하며 숙박 및 문화시설이 갖춰진 배후지원시설 확충도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고급 인력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한 산학협력의 필요성도 크다. 한 IT솔루션 개발업체 대표는 "정부가 산학협력을 더욱 활성화해 핵심 두뇌들이 G밸리로 계속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빈 중앙대학교 교수(컴퓨터공학)는 "이공계 학생들이 중소 IT벤처회사에서 일할 경우 정부에서 인건비를 보조해 주거나 연구실 및 교육장소 등을 확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인중 소장은 "G밸리가 제2의 도약을 이루려면 생산과 소비가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혁신형 산업단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배후 지역 내에 유통 판매망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컨벤션센터 전시장 등의 지원시설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기훈 기자/하경환·손대영 인턴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