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본부장(기금이사)에 김선정 전 삼성화재 상무(53·사진)가 14일 임명됐다. 현재 적립액이 23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증시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기업인수합병(M&A)시장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신입 사원에서 과장이 된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안정성에 너무 치우치는 기금 운용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과 안정성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갈 생각이다. 물론 안정성을 경시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투자 포트폴리오 변경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들을 계획이다. "

―요즘 증시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쉽게 강세로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정도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기금 운용은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다. 단기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우량주를 꾸준히 사모으면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 운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는데.

"박 이사장은 삼성화재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 은행장까지 하신 분이고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대단하다. 기금 운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

―투신운용 경험이 없고 운용 업무를 너무 오래 쉬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화재 투자운용팀장 시절 주식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사모펀드(PEF)·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았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H&B투자법인 대표로 리츠(부동산투자신탁)설립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새턴투자자문 고문으로 일해왔으니 운용 감각이 떨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M&A 매물이 대거 나온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기업과 부동산이 헐값에 외국계에 넘어갔다. 중국에 매각된 쌍용차에서 기술 유출이 문제가 됐는데 일단 팔고나면 뾰족한 수가 없다. 여건이 허용되고 가격만 적정하다면 국민연금이 M&A에 적극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가의 주요 자산을 지키는 역할을 하겠다. 기금을 만든 국민들 뜻도 같을 것이다. "

―주식을 사들인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의결권 행사는 보통주를 가진 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한국 증시도 조만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영 투명성과 투자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