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정 < 서울시립대 인문대학장.국사학 >

일본정부는 지난 7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가르치도록 명확히 지시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후 미국의 지명위원회도 독도가 '주권 미지정지역'에 위치한다고 표기해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마치 한국영토에서 사라져가는 듯한 우려를 낳게 했다. '독도사랑'으로 뭉친 국민의 반일(反日) 여론이 들끓은 건 말할 것도 없고,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반미 여론마저 재발할 조짐을 보였다. 정부는 재빨리 주일대사를 불러들이고 미국정부에 달려들어 일단 독도를 원래대로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해군이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하고 국무총리가 독도를 전격 방문하는 등 정부의 독도수호 의지가 결연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국민이 매일같이 독도사랑 궐기대회를 열거나,정부가 아무리 독도수호를 공언한다 해도,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 이슈로 된 후에는 우리는 잘 해야 본전인 반면,일본은 밑져도 본전인 셈이다. 왜냐하면 독도는 엄연히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토이기 때문에,우리가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돌려놓기 어렵지만 일본은 설령 대응에 밀리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독도문제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손을 써두는 예방외교가 최선이고,부득이 사건이 발생했다면 영토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신속히 억제하는 진화작업이 차선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독도문제를 역사.지리.국제법.해양.외교 등 각 방면에서 연구해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전파하고,또 외교교섭에 활용하는 전방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때마침 오늘 동북아역사재단 산하에 독도연구소가 설립된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독도문제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전략까지도 개발하는 싱크탱크가 될 모양이다. 필자는 독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독도문제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연구하고,자료를 축적하며,논리를 개발하는 전문 인력을 국사편찬위원회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 배치하라고 주문했다. 독도문제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단발성의 사안이 아닌 데다가,한두 세대 안에 해결될 단기성의 현안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독도연구소를 출범시켜 독도문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게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배치돼 독도문제 전반을 연구.조사하고,지속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도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역사적 연원,지리적 분포,해양 개발 이권,국제법적 인증,실효적 지배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다. 따라서 독도연구소 같은 학제적(學際的).종합적.전략적인 연구기관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은 물론 한국 한문사료,일본 고문서,영어 등의 외교문서를 자유롭게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독도연구소가 그저 정부 사이드의 연구소를 하나 더 늘리는 식으로 출범해선 곤란하다. 연구소의 업무분장과 인원구성은 독도문제를 끌어안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만큼 참신하고 엄격해야 한다.

노파심에서 하나 덧붙이면,정부는 독도연구소의 개설이 독도문제에 대처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독도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국가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국가역량은 내정의 철저한 개혁과 국력의 증강을 통해 신장되게 마련이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국민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또 그것을 하나로 결집해갈 수 있는 국가체제를 견고히 갖추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