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에 밀려 인기가 시들했던 은행 적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가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 반면 적금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올랐기 때문이다. 종자돈 마련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증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적금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은행 정기적금 금리 연 6%대

국민은행은 13일부터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3년 만기 정기적금의 최고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6.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에 비해 0.5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농협도 이번주 들어 3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를 0.3%포인트 인상,각각 연 6.30%,연 6.75%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 휴가철이 끝나면 3년 만기 적금에 대해 저축은행 적금금리 수준인 연 7% 이상의 금리를 지급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들은 현재 1년 만기 정기적금에 연 6.5% 이상의 금리를 주고 있다.

은행들의 정기적금 상품은 증시가 침체기로 접어든 지난해 말부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이 작년 11월 내놓은 '가족사랑 자유적금'의 가입 계좌 수는 현재 66만좌가 넘어섰고 가입액도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농협은 '사랑 애(愛) 적금'을 통해 3개월 만에 1만6500명의 고객을 유치했고 우리은행도 '마이스타일 자유적금'으로만 1년 만에 13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농협 관계자는 "펀드에서 손실을 본 고객들이 늘면서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적금 가입자 수가 늘고 있으며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증가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세도 줄일 수 있어

적금은 효과적인 증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골드클럽 세무사는 "자녀에게 정기적금을 증여하면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어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세법상 정기적금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의 가치는 국세청장이 정한 이자율(현재 6.5%)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할인한 금액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실제 정기적금에 불입한 금액보다 낮게 증여신고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원씩 3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3년 후 원금이 3600만원이 되지만,증여세법상 과세표준은 3178만원(연 6.5% 할인율을 적용한 3600만원의 현재 가치)가량이 된다. 또 3년간 적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3년 후 자녀는 정기적금을 통해 약 3933만원(연 6% 금리 가정)을 받지만 증여신고는 3178만원만 하면 된다. 755만원 정도를 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만 20세가 넘은 성년 자녀의 경우 1인당 3000만원까지 증여재산이 공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과표는 178만원에 불과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