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이익도 좋지만 자존심마저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

의자전문업체 시디즈는 최근 이탈리아 최대 사무가구업체인 ICF와 판매 제휴를 맺기로 했다가 포기했다. ICF 측이 시디즈 제품의 로고를 멋대로 지워버리고 유럽지역 딜러들에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시디즈 관계자는 "아무리 명품 회사라지만 이번 행위는 지나쳤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시디즈는 지난 4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에 국내 의자업체로는 유일하게 ICF 부스에 T-50 의자를 전시했다. ICF 측에서 시디즈 의자의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제휴를 맺기로 한 데 따른 것.시디즈는 앞서 지난 2월 중동 두바이전시회에 제품을 내놓아 세계 각국의 딜러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았다.

밀라노전시회에서 시디즈 의자가 인기를 끌자 ICF는 유럽 각국으로부터 의자 샘플 주문을 받았다. 한국의 제품이 유럽인들에게 먹혀든 것.ICF는 시디즈로부터 샘플 의자를 공급받아 유럽 딜러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유럽 딜러들에게 제품을 보내면서 의자 뒤쪽에 새겨진 시디즈 로고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고 자사 로고를 붙인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세르비아의 한 딜러가 시디즈 측에 의자를 공급받고 싶다면서 보내준 사진에서 드러났다. 시디즈는 즉각 ICF 측에 항의했으며 결국 제휴관계를 끊기로 했다. 시디즈 관계자는 "세계적인 업체가 한국의 브랜드가 붙여진 제품을 취급한다는 것에 수치를 느꼈는지 모른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전 협의없이 로고를 지운 것은 비신사적이며 우리를 얕잡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가구업체들은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외주제작에 의존하면서 원가부담 증가,생산기반 약화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데다 품질도 우수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시디즈가 지난 6월 미국의 세계적인 사무가구유통업체 오피스디포에 제품 공급 계약을 따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디즈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중소가구업계 중 첫 유럽진출이란 기회를 포기한 '결단'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후진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