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떨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망령 못지않게 무서운 '저승사자'가 떴기 때문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50)이 그 주인공.쿠오모 총장이 월가 금융회사들의 부적절한 관행에 철퇴를 휘두르자 씨티 메릴린치 UBS 등 월가 '헤비급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쿠오모 총장은 경매방식채권(ARS:Auction Rate Securities) 부정 판매 수사를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와코비아 등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그는 "은행들이 경매채권의 위험 등에 대해 사전 고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수사하겠다"며 "은행은 투자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판매 채권을 전액 되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RS란 경매 방식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는 장기 채권으로 미국 주정부와 주립대학 등이 주로 발행한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었지만 채권 매수자 감소로 입찰이 실패하면 금리가 폭등하고 채권값이 떨어져 기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다.

이미 지난주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UBS 등이 쿠오모의 압박에 굴복해 울며 겨자 먹기로 41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ARS를 재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월가 저승사자의 원조는 그의 전임인 엘리엇 스피처.스피처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 검찰총장을 역임하며 과도한 연봉 문제로 리처드 그랏소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을 기소하는 등 월가 부패 척결에 앞장서 금융사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대중적 인기를 몰아 지난해 11월 뉴욕 주지사에 당선됐으나 지난 3월 성매매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스피처의 뒤를 이어 2006년 말 뉴욕주 검찰총장에 취임한 쿠오모 역시 월가의 부패에 대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주택 가격을 과다 계상해 거품을 조장했다며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6월에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빅3 신용평가사'에 신용평가 관련 보수체계를 전면 손질토록 압박했다. 월가로선 '여우를 피하려다 사자를 만난 셈'이다. "인기에 영합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볼멘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