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엄마 게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기도 옆으로 걸으면서 새끼 게한테 옆으로 걷는다고 혼내는 우화 속 엄마 게의 행태가 서울시의 최근 건축디자인 행정과 딱 일치하는 양상이다.

사정은 이렇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커튼 월 형식 아파트 엄격히 심의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유리로 건물 외벽을 둘러싸는 '커튼 월(curtain wall)' 구조의 건물이 에너지 낭비가 심해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가급적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달 개최한 건축위원회에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재정비촉진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안에 대해 '커튼 월' 구조라는 이유로 반려 판정을 내렸다. 앞서 5월에는 역시 외관을 커튼 월로 설계한 서초구 반포미주 재건축 아파트의 건축안에 대해 퇴짜를 놨다가 지난달 재건축 조합이 커튼 월을 대폭 줄인 안을 다시 내놓자 통과시켰다.

언뜻 보면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낭비를 막겠다는 서울시의 소신행정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기존 청사 뒤편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5월 착공한 신청사 조감도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건물은 지상 13층까지 외벽 전체가 모두 유리로 덮인다. 정작 서울시 자신은 100% 커튼 월 구조로 청사를 지으면서 민간에만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축을 요구하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신청사 디자인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순 있지만 공모로 선정한 것이어서 바꿀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미주 재건축 조합과 같은 민간이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는 노력을 서울시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더욱이 그동안 민간의 커튼 월 설계를 스스로 조장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올해부터 디자인이 뛰어난 아파트에 용적률 향상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건설사들이 외관이 화려한 커튼 월 구조를 앞다퉈 채택했다는 지적이다. 성북구 용산구 등 일선 구청들도 '디자인 서울'을 내세우면서 커튼 월 구조의 신청사를 짓고 있다. 이들 건물에서 낭비되는 에너지 비용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똑바로 걸음을 걷는 서울시의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도원 건설부동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