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 회복을 촉진시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증시는 주가 반등을 이끌 주도주와 모멘텀,매수세가 모두 취약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최근 투자심리가 부분적으로 살아나면서 주가 변동성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미 증시가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란 낙관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1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반영해 산출되는 '일중변동성'은 지난 4월 평균 1.08%에서 계속 확대돼 조정장세가 연출됐던 7월엔 2.17%까지 높아졌지만 이달 들어선 1.76%로 감소했다. 코스피지수의 하루 고점과 저점의 차이를 전날 종가로 나눠 산출되는 일중변동성이 감소한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연중 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16일 이전에는 일중변동성이 2% 후반에서 4% 초반에 달할 정도로 컸다"며 "당시 고유가와 신용위기 우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코스피가 장중에 50∼70포인트씩 요동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일중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증시를 압박해왔던 유가 등 악재의 영향력이 반감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발 훈풍'이 가세할 경우 투자심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난 주말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달러화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각각 2.65%와 2.48% 뛰어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주가가 최근 11거래일 동안 계속 갇혀 있는 1500대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현 장세는 주도주ㆍ재료ㆍ매수세가 뚜렷하지 않는 공백상태를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반등장세가 펼쳐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IT(정보기술)와 자동차가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로 주도력을 잃은 이후 1500대에선 이렇다 할 주도주가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 증권 등 낙폭과대 종목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반짝 반등을 보이다 주저앉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관 등의 매수세가 살아나지 못해 오는 14일 옵션만기일과 관련한 프로그램 매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고객예탁금이 8조7833억원으로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증시 자금사정도 좋지 않은 편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관련주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커지고 있고,내수주도 주가와 실적 모두 바닥에 근접하고 있어 새로운 주도주로 등장할지 주목할 만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강 팀장은 또 "강달러와 국제유가 하락세가 외국인 매도 공세를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가가 저점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기관 등의 매수세도 조만간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로그램 비차익거래가 8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는 것은 일부 기관이 바닥권을 의식,지수를 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