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최근 현안마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등원을 놓고 다른 야당을 압박한 데 이어 정연주 KBS 사장 문제,장관 내정자 임명강행 등에 대해 잇달아 여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자연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쇠고기 정국에서 다른 야당들과 공조를 취했던 선진당이 쇠고기 관련 이슈가 사그라들면서 보수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사진)는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6일 농림부,복지부,교육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과 관련해 "국회법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한을 넘겼을 때는 대통령이 장관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청와대 편에 섰다.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인사청문 특위 설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국회의 견제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일축한 뒤 "국회가 대통령을 비판하고 견제하려면 국회부터 법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원구성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설득해주길 바라지만 그렇게 애를 써도 안 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8월 중에는 반드시 원구성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만의 독자적인 원구성 주장이 한나라당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진당의 '우회전'은 8일 열린 야당의 합동의원총회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전날까지도 다른 당과 함께 한승수 총리의 국회 쇠고기특위 불출석을 규탄했던 선진당은 "부담스럽다"며 합동 의원총회 참석을 거부했다. 제2야당인 선진당의 불참으로 모처럼 열린 야당의 공동 의총은 맥이 빠져버렸다.

정 전 KBS 사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노무현의 옥동자'로서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도 명백한 편파방송'을 했던 정연주 사장은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하루빨리 스스로 사퇴하기 바란다"고까지 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선진당의 움직임이 '야당으로서 여당 견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디까지나 우리 원칙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사안에 따라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계기로 향후 정국에서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강한 의지표현이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