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10일 물방울 형상으로 대형 입방체의 외벽을 장식해 일명 `워터큐브'라고 불리는 올림픽 수영장.

싱그러운 미소의 약관 19살 청년이 한국 올림픽 도전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 수영의 간판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을 기록하며 8명의 주자 중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 대망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13억 대륙의 희망이었던 장린(3분42초44.중국)도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박태환에 미치지 못했고 수영 최강국 미국 대표로 나선 라슨 젠슨(3분42초78)도 동메달에 그쳤다.

지난 수년 간 이 종목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랜트 해켓(3분43초84.호주)은 6위로 밀려나며 몰락을 예고했고 이제 400m에서는 박태환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사실이 세계 만방에 퍼져나갔다.

박태환의 쾌거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 한 개의 의미가 아니다.

척박한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 수영. 아시아에서는 `물개' 조오련이 있었고 `인어' 최윤희도 금빛 물살을 갈랐지만 그동안 세계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한국이 올림픽 수영에 도전한 지 44년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 성적은 2004년 아테네때 남유선(강원도청)이 여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다.

한국은 스포츠 세계 10강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수영에서 만큼은 차마 명함 내밀기 조차 어려운 창피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박태환의 출현은 기적일 지도 모른다.

4년 전 15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 올림픽에 나섰던 그는 지나친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출발을 저질러 실격처리되고 말았다.

당시 욕실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울음을 쏟아냈던 소년이 4년 뒤 완벽한 `물의 지배자'로 성장해 한국 스포츠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워터큐브'에서 박태환이 이룩한 업적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과 1992년 `몬주익의 영웅'이 된 황영조와 더불어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이에 그치지 않고 12일에는 자유형 200m, 15일에는 1,500m에서 다시 한번 황금빛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박태환의 금메달 소식에 고무된 한국 선수단은 세계 최강 양궁에서도 금메달을 향해 순항했다.

주현정(26.현대모비스)-윤옥희(23.예천군청)-박성현(25.전북도청)이 차례로 사대에 나선 한국은 여자단체전 8강에서 세계신기록인 231점을 쏴 이탈리아(217)를 가볍게 꺾고 4강에 진출, 올림픽 6연패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남자유도 66㎏급의 김주진(22.용인대)은 첫 판에서 패했고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한 김윤미(동해시청)와 이호림(한체대)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