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기준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큰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의 경우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 반면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견지하면 거래가 더욱 냉각될 수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저가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매도자 입장에선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계에 이른 금리부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억원을 빌렸을 경우 주택담보대출금리가 1년에 25만원 늘어난다. 언뜻 보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기소득으로 이자를 내는데 한계를 느끼는 계층이 늘어나는 데다 주택수요가 급랭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와 연동돼 결정된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빌릴 때 고정금리보다 초기 이자 비용이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CD금리가 오를 경우 매달 변동되는 이자율에 따라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출이자 부담 증가가 얼어붙은 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2006년 하반기 집값 급등기에 2억~3억원씩 빚을 내서 내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이자를 내느라 가계가 휘청일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리인상 여파로 이자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연체자 대열에 합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매도 타이밍과 전략은

금리인상 때문에 집을 파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팀장은 "지금 집을 팔려면 가격을 내려서 내놓는 수밖에 없는데 집값 할인폭이 금리인상분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가능하면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집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했다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양도세 감면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래가치가 불투명한 물건은 손절매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기본적으로는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 맞지만 내년까지는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은 주택을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쭉정이 가지치기'를 하라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다주택자들의 경우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팔아 대출원금을 갚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소장은 "대출금리 부담을 줄이려면 원금을 갚는 것이 최선"이라며 "개발호재가 없는 부동산은 처분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수자 입장에선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은 좀 더 기다려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굳이 서두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주택시장 활성화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아 금융비용을 미리 감당할 이유가 없다"며 "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이 알맞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재개발 오피스텔 등 투자수익률을 따지는 물건은 대출이자에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덤비지 않는 편이 좋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에서까지 지체할 필요는 없다. 김규정 차장은 "수도권 북부와 서울 구로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런 곳은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