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도 태극 전사와 북한 선수들이 메달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개·폐회식 공동입장이 무산된 터라 남북 선수들은 각 종목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사격 유도 여자축구 탁구 역도 레슬링 복싱 체조 사격 마라톤 양궁 다이빙 수중체조 등 13개 종목에 선수 63명을 출전시켜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후 끊긴 올림픽 금맥을 12년 만에 잇겠다고 벼르고 있다. 25개 종목에 267명의 선수를 보낸 한국도 금메달 10개 안팎을 획득,2회 연속 세계 10위내 성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남북은 본격 메달 레이스 첫날인 9일부터 정면 승부를 펼친다. 첫 대결은 사격과 유도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사격에서는 한국의 간판 진종오(KT)와 북한의 베테랑 김정수가 남자 10m 공기권총 사대에 선다. 진종오와 김정수는 2004아테네올림픽 5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나눠 가진 사이.두 선수는 2006월드컵 10m 공기권총에서 2점 차이로 금·은메달의 희비가 갈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10m 공기권총에서는 김정수가 동메달,진종오가 5위로 상황이 바뀌었다. 1년 만의 재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유도에서는 대회 첫날인 9일 남북 선수들이 남자 60㎏급과 여자 48㎏급에 출전한다. 한국은 첫 금빛 낭보를 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최민호(한국마사회)가 한판승을 준비하고 있고,같은 체급에 북한은 '무명' 김경진을 내보냈다. 결승 길목에서 두 선수가 맞닥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자 48㎏급에는 한국의 김영란(인천동구청)과 북한의 박옥성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란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고 박옥성은 북한이 강세를 보이는 최경량급 기대주여서 불꽃 다툼이 예상된다. 또 북한의 계순희가 출전하는 여자 57㎏급과 이원희를 꺾고 베이징행 티켓을 따낸 왕기춘(용인대)이 나서는 남자 73㎏급에서도 남북한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 계순희는 11일 강신영(수서경찰서)과,왕기춘은 같은날 북한의 김철수와 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남자 역도 62㎏급 지훈민(고양시청)과 부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임용수가 11일 경기에 나서고,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급 박은철(주택공사)도 12일 북한의 차광수와 같은 체급에 참가한다. 북한이 차세대 에이스 김정을 앞세운 여자 탁구와 홍은정 차영화를 출전시킨 여자 체조,남녀 5명을 파견한 마라톤,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다이빙에서도 남북대결이 예상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