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정말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는가. 관료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서로 짜고 치듯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이런 인사로 공기업 개혁(改革)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정권마다 공기업 개혁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안된 이유 중에는 공기업 스스로의 저항도 물론 있었겠지만 해당부처나 정치권의 비호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겉으로는 개혁을 말하지만 관료는 관료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공기업 자리를 적당히 나눠가지며 개혁을 무력화시켜 왔다. 한마디로 관료, 정치인, 공기업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었다.

지금 공기업 인사를 보면 과거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민간 CEO를 찾아보라는 대통령 지시에 마지못해 두세 자리만 빼놓고는 전직 관료들과 공천에서 떨어진 정치인이 기관장과 감사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부처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공무원을 그만두면 세 번씩 자리를 챙겨주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을 보면 마피아가 따로 없다.

정부는 오는 11일 공기업 선진화 1단계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방안을 내놓으면 뭣 하나. 구체적 추진방안을 부처에 맡긴다고 하는 것도 못미더운 판에 인사까지 이러면 공기업 개혁은 절대 성공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한때 상사나 부하로 있던 사람들이 산하기관장으로 내려가 있는데 해당 부처가 경영효율화를 다그치고,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마다 경영평가를 하겠다지만 이는 비판을 피해나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해 보인다.

해당 부처는 업무성격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변명한다. 정부위임 업무가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따지면 여기에 해당 안되는 공기업은 거의 없다. 게다가 정부 위임업무는 전직 관료가 해야 한다는 논리도 말이 안된다. 경영효율화를 생각한다면 그럴수록 창의적인 외부 인재를 물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기업 개혁이 이번에 또 실패로 돌아가면 영원히 물건너 갈 공산(公算)이 크다. 더 늦기전에 공기업 인사를 즉각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