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프레디맥의 리처드 F 사이런 회장(61)이 전.현직 내부 임원들과 벌이는 진실게임이 월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상당수 임원들은 사이런 회장이 모기지 대출 위험 경고를 여러 차례 받고도 이를 철저히 무시한 탓에 재앙을 맞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사이런 회장 측은 주택 가격 폭락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뉴욕타임스가 5일 사이런 회장이 2004년 회사 최고리스크경영자(CRO)였던 데이비드 앤드루코니스로부터 부실 가능성이 높은 모기지에 돈을 대주는 것은 재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메모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또 다른 두 명의 임원들 역시 사이런 회장이 거듭된 위험 경고를 듣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사이런 회장은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지난해까지도 위험을 줄이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더 많은 모기지를 사들였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사이런 회장은 "현재의 결과를 놓고 옛 경영 판단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 급락이라는 현상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을 뿐 경영 실수를 범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저소득층 주택 보급 확대 운동을 추진해온 의회도 국책 모기지회사에 지원을 확대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디맥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그런 외부 압력을 적절히 관리해 회사의 가치를 유지하라는 취지에서 최고경영자(CEO)에게 막대한 연봉을 주는 것인데 이제 와서 회사 부실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변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디맥은 이날 2분기에 8억2100만달러(주당 1.63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손실 전망(주당 54센트)을 웃도는 것이다. 이로써 프레디맥은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거듭했다.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사이런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프레디맥의 주가는 올 들어 76%나 폭락했다. 사이런 회장은 보통주와 우선주 발행으로 55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살아나 모기지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은 한 프레디맥의 손실 행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