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여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유영철 사건을 수사했던 이건석 변호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사건 주임검사)가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경찰의 현장 검증 때 유영철을 처음 만난 이 변호사는 검은색 모자에 군청색 판초 우의를 걸치고 마스크를 끼고 있던 유영철의 태연한 범행 재연을 지켜보며 괴기스런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유영철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어느 휴일 이 변호사는 혼자 피해자들의 끔찍한 부검과 사건현장 사진 등을 검토하다 때마침 많은 비가 내리며 천둥, 번개까지 치자 공포감이 몰려와 도저히 기록을 계속 볼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부유층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준 사람이 유영철 본인이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구치소 이감 요구와 함께 단식을 하며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던 유영철이 결국 포기하고 조사실에 다시 나타났을 때 이 변호사에게 대뜸 "선물 하나 주겠다"고 했다.

키가 작은 유영철은 구두 뒤축에 키높이 뒷굽을 붙이고 부유층 주택가에서 범행을 저질렀는데 경찰 기동수사대 승합차 안에서 이 뒷굽을 떼내 의자 밑에 숨겼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던 검찰에게 범행 현장의 족적과 구두 뒷굽의 일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유영철은 검찰 수사에서 4명의 부녀자를 추가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유영철은 그 사체들도 토막 내 다른 11구를 암매장했던 야산에 묻었다고 말했지만 점쟁이까지 동원해 두 차례나 현장을 뒤진 수사관들은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지금도 모르겠다.진실이라면 아직도 땅에 묻혀있는 피해자들의 원혼은 어떻게 달래야 하나"라며 검사로서의 고뇌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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