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생각이 너무 많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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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너무 많은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스코어가 100타 안팎을 오르내리는 골퍼들의 경우 헛스윙을 한 뒤 돌아서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서…"라며 멋쩍어하는 모습을 가끔 본다. 평소 연습을 게을리한 탓에 근육 대신 머리를 써서 스윙을 하다보니 뒷땅도 나오고 토핑도 나온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바둑계 속설이 그린 위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셈이다. 몸이 가는 대로 생각없이 휘둘러야 "나이스샷!"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검찰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KBS 정연주 사장건,MBC PD수첩건 등은 하나같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조차도 "왜 원칙대로 강제수사권을 발동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판이다. 이를 겨냥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과 방송사 눈치를 보고 무슨 공권력을 집행하겠다고 덤비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검찰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도 많은 '생각'을 했다. 검찰은 이날 광우병 공포의 진원지 MBC PD수첩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카메라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검찰 수뇌부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발표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날 신문에 사진 하나 없이 달랑 기사만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다. 신중하기로는 검찰 저리 가라는 법원은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틀 뒤인 31일 광우병 관련 PD수첩 보도를 '허위'라고 판시한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례적으로 법정 내 사진촬영까지 허용해 검찰과 대조를 보였다.
검찰은 6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02년 10월25일 이른바 '병풍의혹' 수사결과를 내놓을 때의 일이다. 수사결과 요지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되지 않았으며,이 후보 부인이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돈을 준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당시 수사 검사들은 TV 중계와 사진촬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윗선'에 의해 이런 주장이 묵살됐다. 당시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서울지검 3차장 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만 나와있다. 후일담이지만 당시 언론공개 여부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던 검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비공개'를 주장했던 검사들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공개'를 고집했던 검사들은 한동안 좌천당했다가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이들의 처지가 역전됐다고 한다.
검찰은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이라고 말한다. 사법부의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상 엄연히 행정부 소속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다. 양심에 따라 국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면 된다. 4개월째 촛불시위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마비시키고 있는 지금 상황은 PD수첩 측에 "원본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부탁하고 해명을 요구할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검찰의 눈치보기는 스스로를 옥죌 뿐이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간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김병일 사회부 차장 kbi@hankyung.com
요즘 검찰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KBS 정연주 사장건,MBC PD수첩건 등은 하나같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조차도 "왜 원칙대로 강제수사권을 발동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판이다. 이를 겨냥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과 방송사 눈치를 보고 무슨 공권력을 집행하겠다고 덤비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검찰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도 많은 '생각'을 했다. 검찰은 이날 광우병 공포의 진원지 MBC PD수첩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카메라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검찰 수뇌부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발표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날 신문에 사진 하나 없이 달랑 기사만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다. 신중하기로는 검찰 저리 가라는 법원은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틀 뒤인 31일 광우병 관련 PD수첩 보도를 '허위'라고 판시한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례적으로 법정 내 사진촬영까지 허용해 검찰과 대조를 보였다.
검찰은 6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02년 10월25일 이른바 '병풍의혹' 수사결과를 내놓을 때의 일이다. 수사결과 요지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되지 않았으며,이 후보 부인이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돈을 준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당시 수사 검사들은 TV 중계와 사진촬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윗선'에 의해 이런 주장이 묵살됐다. 당시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서울지검 3차장 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만 나와있다. 후일담이지만 당시 언론공개 여부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던 검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비공개'를 주장했던 검사들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공개'를 고집했던 검사들은 한동안 좌천당했다가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이들의 처지가 역전됐다고 한다.
검찰은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이라고 말한다. 사법부의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상 엄연히 행정부 소속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다. 양심에 따라 국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면 된다. 4개월째 촛불시위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마비시키고 있는 지금 상황은 PD수첩 측에 "원본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부탁하고 해명을 요구할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검찰의 눈치보기는 스스로를 옥죌 뿐이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간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김병일 사회부 차장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