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허용되면 증권·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키움증권과 산업은행은 이미 관심을 표명하며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에서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발표한 상태다.

키움증권은 인터넷 전문 증권사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힌 경험을 발판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이다. 현재 증권계좌 입출금을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서만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예금 수신과 대출 업무도 할 수 있어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해진다. 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은 "구체적인 정부 안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설립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해 지점망이 적은 단점을 보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산은 민영화에 대비해 적정 수준의 예금 수신을 달성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자금조달을 산업금융채권 발행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등을 통해 전체 자금 조달의 20~30%를 예금 수신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인터넷 상거래 중개 모델보다는 미국의 소매금융 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은행들도 자료조사를 하는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존 은행들은 이미 자체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신설 인터넷 전문은행들을 견제하는 수준에서 자회사 형태로 둘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들도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과 비슷하게 예금 대출 업무를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면 최대 약점인 지역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고 수익모델도 다양화할 수 있어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90년대부터 인터넷 은행이 다수 등장,하나의 금융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이웃 일본에서도 2000년 1월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NTT도코모 등이 주주로 참여한 재팬넷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후 소니뱅크 세븐뱅크 이뱅크 등 6개 인터넷은행이 성업 중이다. 재팬넷뱅크는 영업 첫해인 2001년 3월 예금 잔액이 797억엔에 불과했지만 2006년 3월에는 2629억엔으로 3배 이상 늘었고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7억엔에서 210억엔으로 12배나 급증하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