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ㆍ적금ㆍ펀드판매 가능하지만 카드ㆍ신탁ㆍ자산운용은 못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중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올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예금 대출 지급결제 등 은행 고유 업무는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수 업무는 일부만 허용될 전망이다. 기업 대출은 사업계획서 타당성 검토를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 신탁업 카드업 자산운용업 등 은행 겸영 업무는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 범위가 관건

금융위는 일단 예금 적금 대출 어음할인 내외국환(지급결제) 등 은행 고유 업무를 인터넷 전문은행에 모두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 대출은 가계 대출과 달리 기업 실사 등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제한적으로만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차등 적용할 것"이라며 "사업계획서의 타당성 검토를 통해 기업 대출이 불가피하게 수반돼야 하는 경우 본점에 한해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부수 업무와 겸영 업무는 선별적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업계획과 수익성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사후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특성 및 경영 위험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수납 및 지급 대행，펀드ㆍ보험 판매 대행 등은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탁업 카드업 자산운용업 등 겸영 업무는 허용되지 않고 부수 업무 중에서도 채무보증 어음인수 상호부금 부동산임대 기업합병중개 파생상품거래 등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영업점ㆍATM기기 허용

인터넷 전문은행의 자동입출금기(CD/ATM) 설치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오프라인 영업점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금융위는 자동입출금기의 경우 별도 영업점으로 평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지점을 열 수는 없지만 자동입출금기는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영업점은 본점 또는 1개 점포만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기능도 고객서비스 및 비현금 서비스로 제한할 예정이다. 사실상 일반 은행과 동일해질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는 대출실행 예금수취 현금인출 등 현금이 수반되는 창구 업무가 제한받는다. 단 영업점의 인터넷을 통한 상품신청 계좌이체 등은 허용될 전망이다.

◆소유 규제는 은행과 동일

인터넷 전문은행의 최저자본금은 500억원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낮은 설립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자본금이 일반 은행(1000억원 이상)보다는 낮아야 하지만 지방은행과 달리 전국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은행(250억원 이상)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유 규제는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유지할 예정이어서 제조업 유통업 등 산업자본의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대출 업무를 허용하기 때문에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시장 안정성 약화 우려가 있는 만큼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의결권을 포기하거나 별도 승인이 있을 때는 10%까지 가능하다. 금융위가 현재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 방안도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10%까지만 높이는 방안이어서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을 독자 운영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