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8월 증시가 시작됐건만, 난데없이 조선주發 지수 급락세로 증시가 우울하다.

4일 오전 10시 56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8.85P(2.41%) 하락한 1535.92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안 그래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선박수주가 취소됐다는 발표가 연달아 나온 것은 엎친 데를 또 덮친 격이라 할 수 있겠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일 장 마감 후 유럽지역 선주가 선수금을 미입급해 619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현대미포조선도 유럽선주의 선수금 미입금으로 인해 1970억원 규모의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4척에 대한 수주 계약이 취소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은 장이 시작하자마자 앞다투어 조선주를 내다팔고 있다. 이 시각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12%대, 현대미포조선이 7%대 하락하는 것을 비롯,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8%대, 한진중공업이 9%대, STX조선이 6%대 밀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우선 조선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조선업종 자체의 문제점은 별로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선박 수주 취소라는 것이 매우 드물어서 이번 일이 좋은 소식이 아니긴 하지만, 신조선가가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서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주들의 선수금 미입금 때문에 선박금융(선박 매입을 위해 선주들이 금융권에서 빌리는 자금) 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 것 같은데, 선박금융이 문제라면 선가가 내려야 정상일 텐데, 선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조선경기는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건은 해당 선주의 문제이지, 조선업체들의 문제는 아니다”는 의견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강영일 애널리스트는 “현대미포조선의 선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선주로, 지금 같은 신용경색 상황에서 계약 취소가 나타날 수도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선주는 세계 선복량 1위업체인데, 자금조달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최근 꺾인 컨테이너 시황을 잘못 예측해 용선처 없이 발주한 것이 문제였다”며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선박발주 취소가 경기 침체 및 신용경색 문제 등 전 세계를 괴롭혀온 사안들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베어스턴스 파산 당시에도 유럽의 선박금융이 어려워질 것이 우려됐던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조선업체들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정 선주가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조선 시황이 좋을 경우에는 다른 선주가 더 좋은 가격에 발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올해도 같은 국면이 반복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우려와 달리 조선업체들의 실적에는 별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유럽쪽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될 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의 조선주 급락은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요즘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듯 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기 마련이지만, 아직 확실치 않은 사안에도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요즘의 투심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