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빼곡 … 쇼핑카트 동나
계산기 든 '짠물족' 부쩍 늘어

#1 지난 토요일(2일) 오후 4시30분께 차를 몰고 바캉스용 의류와 먹거리를 사러 홈플러스 잠실점을 찾은 직장인 변태식씨(38)는 주차하는 데만 15분 가까이 걸렸다. 변씨는 "평소에는 주말에도 쉽게 차를 댔는데 오늘은 비도 오는 데다 나 같은 휴가 준비족들이 몰린 모양"이라며 "날씨도 후텁지근한 데다 어렵사리 주차한 만큼 천천히 돌아보며 저녁 식사도 여기서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일요일(3일) 오후 8시께 남편과 함께 서울 롯데마트 중계점을 찾은 주부 이소영씨(36)의 손에는 휴대용 소형 계산기가 들려 있었다. 이씨는 "한푼이라도 아끼고 휴가비 예산을 넘지 않도록 물건을 고를 때마다 가격을 더하며 같은 품목을 묶음 단위로 팔 경우 어느 쪽이 단가가 더 싼지 비교하려고 계산기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4일부터 시작되는 휴가 피크를 앞둔 지난 주말 간혹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시내 대형 마트 매장들은 휴가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알뜰족들로 넘쳐났다.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점포인 이마트 월계점에서는 2,3일 오후 2~3시께부터 쇼핑 카트가 동 나 고객들이 기다려야 했고,홈플러스 영등포점은 2일 오후 7시30분께 지상 3ㆍ4층 주차장뿐 아니라 웬만하면 빈 자리가 있는 옥상 주차장까지 'full(만차)' 신호가 떴다.

평소 주말 고객에다 휴가 용품을 싸게 사려는 국내 피서객들이 대거 몰린 탓이다. 고객들이 매장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품목은 수박 돼지고기 상추에다 고기를 구워 먹는 석쇠와 고무 보트,수영복 등 각종 피서용품 일색이었다.

전태이 롯데마트 중계점 매니저는 "작년에는 매장에서 계산기를 든 고객을 하루에 한두 명 정도 봤는데 요즘에는 하루 10명 이상 눈에 띄고 할인 쿠폰북을 갖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고르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형 마트마다 고객 수는 늘었는데 1인당 구매액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휴가 준비를 위해 이마트 신도림점을 찾은 직장인 김호현씨(36)는 "물가가 너무 뛰어 지출을 최소화하려고 속초 콘도에서 작년보다 하루 줄여 2박만 할 계획"이라며 "매년 습관적으로 새로 사던 물놀이 용품도 작년 것을 찾아 쓰고 박스째 구입하던 맥주도 몇 병만 샀다"고 말했다.

밤 9시쯤 되자 식품매장 입구가 더 북적대는 것은 대형 마트 매장마다 공통된 현상.박응철 홈플러스 잠실점 부점장은 "밤 9~10시를 기점으로 채소ㆍ과일ㆍ생선ㆍ불고기 등 각종 먹거리 류를 20~30% 싸게 팔기 때문"이라며 "후텁지근한 무더위와 겹쳐 이 시간대면 더위도 피할 겸 물건도 싸게 살 겸해서 나온 인근 아파트 주민들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휴가용 간식거리로는 가격이 저렴한 찰옥수수(10개ㆍ2950원)가 단연 인기.롯데마트 중계점에서 만난 주부 박소연씨(42)는 "가격이 싸 집에서 쪄 먹고 휴가 때도 가져가려고 옥수수를 30개나 샀다"고 말했다.

휴가비를 아끼려는 캠핑족들이 늘면서 이마트 용산역점에서는 2일 오후 9시께 3~4인용 텐트가 매진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휴대용 버너'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1.4% 급증했고 텐트가 20.6%,바비큐 용품이 24.7%,아이스박스는 28.7% 각각 늘었다.

대형 마트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마다 천정부지 생활물가에 대한 불만은 한결같았다. 롯데마트 중계점에서 만난 주부 김현숙씨(45)는 "내일(4일) 설악산으로 떠나는데 구입 품목은 작년과 비슷한데도 구입비는 5만원이나 늘어난 20만원이 들어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송태형/김진수/장성호/최진석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