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꿈이 '창업'이었다. 목표가 '구멍가게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으니 꿈은 이룬 셈이다.

하지만 서울대 경영대 79학번으로 입학한 그가 대학원에 간 이유가 색다르다. 대학 시절 구로동에서 야학을 하다가 교장이 됐고 졸업 후에도 계속 야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1985년 복무 기간(6개월)이 짧은 석사 장교를 다녀온 것도 같은 이유다.

후배들에게 야학을 맡기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그가 택한 직업마다 해당 분야의 '붐'이 일어 이채롭다. 첫 직장인 한국개발리스에 들어간 1985년은 리스업이 뜨기 시작할 때였고 1987년 동양증권 펀드매니저로 옮겼을 때는 주식 열풍이 불었다.

창업을 꿈꾸던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횟집을 차리겠다"며 이듬해 증권사를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횟집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건강도 나빠졌다. 이어 기계업체(국제정공),환경기술업체(아인테크) 임원으로 일하다 1999년 전자상거래로 눈을 돌렸다. 3억2000만원의 창업 자금과 직원 6명으로 패션 전문 전자상거래 회사인 웹넷코리아(현 에이다임)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이 '사진만 보고 누가 옷을 사겠느냐'며 말렸지만 에이다임이 운영하는 쇼핑몰 '패션플러스'는 지난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지금도 이 회사의 3대 주주다.

이 대표가 항상 '뜨는 사업'에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 변화의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대학 강의시간에 배운 대로 '항상 10년 뒤를 생각하라'는 모토 아래 고민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일례로 2002년 청담동 최초의 와인 바 '베라짜노'를 열었는데 이후 1년 반 사이 청담동 일대에 40~50개 와인 바가 들어섰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인연 덕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새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군대 동기들 덕에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렇고 2006년 봄학기부터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와인학)로 출강하게 된 것도 생면부지였던 김형주 건국대 교수(미생물학)가 와인나라아카데미를 높이 평가하고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와인 세계에 함께 몸담은 군대 동기들이지만 각자 바빠 한자리에 모일 때가 1년에 3~4회도 안 된다고 한다. 주량에 대해선 "젊었을 때는 두주불사였지만 지금은 와인 서너 잔만 마셔도 '알딸딸'하다"며 웃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