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나라 전체가 온통 피서 신드롬에 빠진다. 7말 8초면 애고 어른이고 바캉스를 언제 어디로 갈 것인가로 들떠 있다. 휴가는 남들이 떠날 때 같이 떠나야 제맛이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아담의 '빤쓰'를 닮은 남자들,비키니 입고 몸매 자랑하러 우아하게 돌아다니는 여자들….뭉실대는 살을 어쩌지 못해 그저 잽싸게 물 속으로 들어가 나올 줄 모르고 몸짱들을 감상하며 입맛 다시는 아줌마,아저씨들….서로 봐줄 사람들이 있어야 제격이고,북적거리는 사람 구경은 마치 인간시장 같다. 복잡하다고 남들 다 갔다온 뒤 가보지만 한가하기는 하나 썰렁하고 처량하기 그지없으며 피서객들의 흔적은 더럽기 한이 없다.

'처성자옥(妻城子獄)'이라는 말이 있다. '아내는 성이요,자녀들은 감옥'이라는 뜻으로,처자가 있는 사람은 거기에 얽매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휴가철이 돌아올 때마다 남편들은 처성자옥을 탈출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친다. 하지만 쉽게 탈출할 수 없기에 성이고 감옥이다. 감옥에서는 그곳의 룰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가장 편하게 지내는 길은 모범수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의 휴가는 회사를 안 가는 것 빼고는 별로 반갑지가 않다. 쉬기는커녕 평소에 부족하던 것까지 만회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에 휴가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장시간 운전을 하고,음식 만들어 먹이다 녹초가 되어 돌아와 다음 날부터 출근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잘 쉬었다 왔으니 일 열심히 하라며 채찍질을 해댄다. 휴가를 통해 충전은커녕 생고생만 하다 오니 기쁘지 않을 수밖에….

그러나 아직도 간 큰 남편들이 가끔 있다. 짐을 싸는 일에는 전혀 관심 없어 편하기 짝이 없고,간단하게 달랑 알몸으로 나서서 현관에서 빨리 나오라고 핏대를 올려가며 소리소리 지른다. 그러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푸는 동안 어느새 잠드는 남편,억지로 운전기사 노릇 하러 따라온 사람처럼 겉돌기만 하고,밤 시간은 어김없이 술판을 벌이며 밤새는 줄 모르니 모처럼 색다른 분위기에서의 밤일은 물건너가 버린다.

"여자들은 어디 좀 갈라치면 왜 그렇게 꼼지락대는지 몰라요. 웬 화장은 그렇게 오래 하며,패션쇼를 하러 가는지 옷들은 왜 그렇게 많이 싸는지….결국 출발 시간이 늦어 고속도로에서 차가 꽉꽉 막혀 아까운 기름만 길에다 뿌리고 말죠."

"차 막히는 게 어디 제 탓인가요? 내비게이션 다시 찍어봐라,시원한 거 없냐….남편이 하도 빨리 가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대충대충 짐을 싸다 보니 쌈장을 빼놓고 간 적도 있다니까요. 우린 죽어도 삼겹살은 먹어줘야 되잖아요. "

전국에 길이란 길은 다 밀리고 막힌다. 에어컨을 튼다지만 찾아드는 햇빛까지는 어쩌지 못하고,운전하는 사람이나 타고 있는 사람이나 짜증은 짜증을 낳는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연신 신경질부리며 쫑알거린다. 미리 지름길을 알아두지 못하거나,막히는 길에 접어들어 골머리를 썩거나 그 탓을 온전히 남편의 무능함으로 몰아붙이는 아내 때문에 여행은 초반부터 엉망이 돼 버린다. 차가 비싼 기름으로 가는 건지,아내의 잔소리 내비게이션(?) 덕분에 가는 건지 모를 정도니 부부싸움은 필수다.

휴가지의 숙소 레벨이나 음식점 음식들이 아내의 입맛에 딱 맞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가격만 비싸고 음식은 맛없다는 둥,펜션 전망이 별로라는 둥,내 이럴 줄 알았다는 둥 아내의 트집은 끝이 없고 참다못한 남편은 그럴 거면 왜 따라왔냐고 소리 지른다. 잘해 보자고 떠난 여행,들뜬 분위기로 친해질 기회는 참 많다. 어떤 부부는 집에서는 그저 그런데 여행을 가면 밤일이 잘 된다고 한다. 신혼 때 하던 짓들을 리바이벌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 속에 들어가 물 위로 얼굴만 내민 채 은밀한 페팅을 즐기거나,어둑어둑할 때 산책길에서 서로의 허리를 꼭 껴안은 채 걷다가 프렌치 키스를 하는 등 영화처럼 로맨틱 무드에 빠지면 어디 갔던 사랑도 찐하게 돌아올 것이다.

옆 숙소에 묵고 있는 누군가가 '결혼한 지 꽤 되신 것 같은데 아직도 그렇게 좋으시냐'고 묻는다면 화끈 달아오르지 않을까?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