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외국인 직접투자(FDIㆍ내국기업과 지속적인 경제관계를 수립할 목적으로 하는 투자)로 들어온 돈보다 회수해 나간 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트폴리오 투자(자산운용 목적의 투자)가 아닌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반기 기준으로 '순(純)유출'이 발생하기는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엑소더스'

한국은행은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순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8억8610만달러 유출 초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역류'한 것이다.

순투자액은 1980년 이후 꾸준하게 늘어 상반기 기준으로 2000년 44억510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 42억8990만달러 △2005년 31억6380만달러 △2006년 22억6280만달러 △2007년 11억8130만달러 등으로 줄더니 급기야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이처럼 외국인 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과 대형 인수ㆍ합병(M&A) 등이 일단락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어든 반면 기존 투자분의 회수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지분 가치가 일정 수준에 이르자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요인이 가세했다. 신흥국 증권투자뿐만 아니라 직접투자도 매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생산비용 "매력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의 기업환경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과 임금 상승률,잦은 노사분규 등이 생산비용을 높여 외국인 투자를 주춤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복잡한 인ㆍ허가 절차,서비스업 투자 제한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높은 생산비용,협소한 시장규모,어중간한 기술 수준 등으로 별다른 매력이 없는 상황에서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유인책만으로는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등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외국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테마'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쏠림현상' 심화

한편 포트폴리오 투자에서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에 다시 투자하지 않고 외국으로 회수하면서 상반기 순유출액이 종전 최고치의 8배에 이르는 221억달러로 파악됐다.

이처럼 외국 자본이 한국을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의 해외 직접투자 순투자액(유출액-유입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순투자액은 지난 상반기 68억1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50억880만달러에 비해 36.1% 늘어났다.

따라서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를 합한 직접투자 수지는 올 상반기에 77억410만달러 유출초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8억2750만달러 유출초과에 비해 2배로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ㆍ외국인이 국내로 들여온 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