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휴가 ‥ 신나게 떠나고…등떠밀려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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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10일 쉬고 두둑한 보너스 VS 자동차ㆍ전자부품,우울한 휴가
산업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이른 곳은 이번주 초부터,늦은 곳은 다음 달 초순부터 공장 문을 닫는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직원들은 발걸음이 가볍다. 조선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쉰다. 작년보다 휴가 일수가 3일 더 길어졌다. 일괄적으로 50만원씩 받던 여름 휴가비도 '통상 임금의 50%'로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생산직 종사자들은 다음 달 4일부터 2주간 휴가를 즐긴다. 150만원씩 두둑한 보너스도 받는다. 3년치 이상의 일감이 밀려 있을 정도로 호황인 덕에 임금 협상도 일찌감치 끝냈다. 휴가기간 동안 푹 쉬고 오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런 호사는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다. 고유가와 내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은 일단 휴가는 가지만 마음은 무겁다. 노사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임금 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부랴부랴 휴가부터 떠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주 들어 일제히 여름 휴가를 떠났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다.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임금 협상을 타결 짓지 못했기 때문.현대차는 노조 창립기념일인 지난 25일부터 열흘간의 긴 여름 휴가를 시작했지만 예년에 비해 손에 쥔 돈은 적다. 휴가비 30만원에 통상 임금의 50%만 받았다. 지금까지는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목돈을 들고 휴가를 떠났다.
GM대우자동차는 이번주 단체 휴가에 들어갔지만 타이어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한국 및 금호타이어와 갈등을 빚고 있어 언제 공장 문을 다시 닫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달 17일까지 약 3주간 장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쌍용차도 내수 침체로 차가 팔리지 않아 고민이 크다.
중소기업의 휴가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휴가비는 고사하고 월급 주는 것부터가 당장 걱정이다. 특히 화학수지 섬유 염색 전자부품 등 최근 원자재가 폭등 직격탄을 맞은 일부 중소업체 중에는 길게는 보름씩 공장 문을 닫아 걸고 '휴업 겸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계를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만큼 이참에 인건비 전기료 등의'고정 비용'이라도 아껴 보자는 생각에서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 PCB(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인 S전자는 직원 50명을 4개 조로 나눠 다음 달 2일부터 무급 휴가 1주일을 포함해 총 2주간의 휴가를 보낼 참이다. 대기업의 휴대폰용 부품 오더가 뚝 끊기면서 S전자 같은 2,3차 하청업체들의 일감이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생산실장은 "열흘 이상을 쉬는 데다 연장 근무까지 없다 보니 월급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휴가비는 꿈도 못 꾸고 상당수 직원들이 이 기간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휴가 이후다. 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건설용 단열재를 생산하고 있는 S사는 처음으로 직원 27명에게 휴가비 20만원씩을 줬다. 이 회사 대표는 "외환위기 때는 힘들어도 공장은 돌렸지만 지금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마지막 선물이라는 심정으로 빚을 내 휴가비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관우/안재석 기자 leebro2@hankyung.com
산업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이른 곳은 이번주 초부터,늦은 곳은 다음 달 초순부터 공장 문을 닫는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직원들은 발걸음이 가볍다. 조선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쉰다. 작년보다 휴가 일수가 3일 더 길어졌다. 일괄적으로 50만원씩 받던 여름 휴가비도 '통상 임금의 50%'로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생산직 종사자들은 다음 달 4일부터 2주간 휴가를 즐긴다. 150만원씩 두둑한 보너스도 받는다. 3년치 이상의 일감이 밀려 있을 정도로 호황인 덕에 임금 협상도 일찌감치 끝냈다. 휴가기간 동안 푹 쉬고 오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런 호사는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다. 고유가와 내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은 일단 휴가는 가지만 마음은 무겁다. 노사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임금 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부랴부랴 휴가부터 떠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주 들어 일제히 여름 휴가를 떠났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다.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임금 협상을 타결 짓지 못했기 때문.현대차는 노조 창립기념일인 지난 25일부터 열흘간의 긴 여름 휴가를 시작했지만 예년에 비해 손에 쥔 돈은 적다. 휴가비 30만원에 통상 임금의 50%만 받았다. 지금까지는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목돈을 들고 휴가를 떠났다.
GM대우자동차는 이번주 단체 휴가에 들어갔지만 타이어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한국 및 금호타이어와 갈등을 빚고 있어 언제 공장 문을 다시 닫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달 17일까지 약 3주간 장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쌍용차도 내수 침체로 차가 팔리지 않아 고민이 크다.
중소기업의 휴가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휴가비는 고사하고 월급 주는 것부터가 당장 걱정이다. 특히 화학수지 섬유 염색 전자부품 등 최근 원자재가 폭등 직격탄을 맞은 일부 중소업체 중에는 길게는 보름씩 공장 문을 닫아 걸고 '휴업 겸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계를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만큼 이참에 인건비 전기료 등의'고정 비용'이라도 아껴 보자는 생각에서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 PCB(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인 S전자는 직원 50명을 4개 조로 나눠 다음 달 2일부터 무급 휴가 1주일을 포함해 총 2주간의 휴가를 보낼 참이다. 대기업의 휴대폰용 부품 오더가 뚝 끊기면서 S전자 같은 2,3차 하청업체들의 일감이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생산실장은 "열흘 이상을 쉬는 데다 연장 근무까지 없다 보니 월급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휴가비는 꿈도 못 꾸고 상당수 직원들이 이 기간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휴가 이후다. 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건설용 단열재를 생산하고 있는 S사는 처음으로 직원 27명에게 휴가비 20만원씩을 줬다. 이 회사 대표는 "외환위기 때는 힘들어도 공장은 돌렸지만 지금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마지막 선물이라는 심정으로 빚을 내 휴가비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관우/안재석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