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 LG그룹 ‥ 주거공간·제품 하나로 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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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감성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통해 LG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6년 신년사를 통해 '디자인 경영'을 천명했다. 2006년 이후 구 회장은 매년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센터를 방문하며 계열사의 디자인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도 구 회장의 '디자인 경영' 방침에 따른 것.LG그룹은 지난 5월 초 구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진,디자인 부문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하는 '디자인 간담회'를 열고 올해 디자인 부문 투자액을 지난해 880억원보다 120억원 늘린 1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640명 규모였던 디자인 인력은 700명 선으로 늘리기로 했다.
디자인 인력의 질은 슈퍼디자이너 제도 등을 통해 높이고 있다. 구 회장이 2006년 LG전자 디자인센터를 방문,"디자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후 LG전자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 슈퍼디자이너는 임원 수준의 대우를 받고 디자인과 관련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트롬세탁기를 디자인한 성재석 책임연구원(41)과 비너스폰을 만든 김영호 책임연구원(43),샴페인 잔의 곡선을 홈시어터 제품에 반영한 배세환 책임연구원(41) 등 LG전자에만 5명의 슈퍼디자이너가 있다.
LG그룹은 개별 제품을 예쁘게 디자인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주거공간과 제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LG전자,LG화학,LG생활건강 등 3개사가 참여하는 'LG디자인협의회'를 만들었다. 디자인협의회는 미래 주거공간의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하고 가전제품과 인테리어제품 생활용품의 디자인을 미래 트렌드에 맞게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중동이나 중국에 있는 고급 아파트 개발사업자에게 LG전자의 빌트인 가전제품과 벽지 등 인테리어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 팔기 시작했다"며 "주거공간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경쟁사를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경영을 강조한 이후 계열사들의 디자인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LG그룹의 평가다. 국내외에서 디자인 관련 상을 수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증거다. LG 계열사들은 국내외에서 지난해 총 80건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LG 계열사들이 받은 디자인상은 2005년 41건,2006년 58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초 지식경제부 '차세대 디자인 리더 31명이 뽑은 아트디자인 베스트 5'에는 LG전자 프라다폰이 1위,LG화학 붙박이장 슬라이딩 도어가 3위,LG전자 휘센에어컨이 4위에 올랐다. LG 계열사의 제품이 전체 디자인상의 60%를 차지한 것.
세계 양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과 'iF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 수상작들 상당수가 LG 계열사의 제품이다. LG전자는 독일 에센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2007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프라다폰이 대상을 받는 등 총 29개 제품을 수상작 리스트에 올렸다. 독일 산업디자인협회가 주최하는 'iF 디자인 어워드 2007'에서도 21개 제품이 디자인상을 받았다.
그룹 관계자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LG화학의 인테리어 사업 등 디자인에 치중한 사업들이 최근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향후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