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태양광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산파 역할을 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실리콘(반도체)이 사라지고 대신 태양광(Solar) 에너지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솔라밸리'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텔,구글 등 IT업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솔라밸리 조성의 조타수 역할로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 내 벤처캐피털의 태양광 분야 투자액은 1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삼성SDI,LG필립스LCD,하이닉스 등이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반도체 기술이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산업은 에너지 확보와 친환경이라는 범지구적 요구에 부응해 글로벌 기업들이 신규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독일 조사업체 포톤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시장은 지난해 300억달러 규모에서 매년 40~50%씩 성장해 2011년 1200억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태양전지를 통해 '일자리 창출형 솔라 밸리'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태양전지㈜가 바로 그곳. "태양전지의 국산화에 힘써온 이 회사가 구상하는 솔라밸리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일자리 창출형 태양광 클러스터 구상
한국태양전지㈜는 아남반도체,한국니콘카메라,아남TV 대표를 역임한 나정환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나 회장이 '솔라밸리' 건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때는 2006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1회 풍력ㆍ태양전지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태양광 산업의 발전가능성을 확신한 게 계기가 됐다. 태양전지가 특화된 대형 반도체기술과 비슷하고,반도체기술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나 회장은 태양광 사업에 매료됐다. 40년 동안 경영,기술일선에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이끈 그에게 태양광 발전은 매력적인 사업 대상이었다. 태양전지의 소재분야는 세계적인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으며 과잉생산의 우려조차 나올 정도다. 이미 태양전지 소재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포화상태고,폴리실리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몇 년 후면 과잉생산으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 회장이 제시한 솔라밸리의 이상향은 해당 분야 벤처기업이 한데 모여 기술개발과 협력관계를 맺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태양전지 중에서 집광형,색소,안료 등 손이 많이 가고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실리콘이나 방막실리콘판넬형 태양전지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주로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집광형,색소,안료 등은 일손이 많이 가며,규모가 작아 의사결정이 빠른 벤처기업에 유리하다.
나 회장은 "틈새시장이지만 잠재 규모가 100조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일손이 많이 필요해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형 솔라 밸리'의 가능성이다.
나 회장은 솔라밸리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엔젤투자'를 형성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엔젤투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을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유명하다. 엔젤투자란 돈 있는 개인들이 모여서 투자클럽을 결성하고 새로 창업하는 회사의 미래 가능성만 보고 자금과 경영노하우를 함께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의 대가는 주식지분으로 받아 상장 시 큰 이익차익을 얻게 된다.
인재육성기관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어린이집부터 대학원까지 태양광 전문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기관을 솔라 밸리 내에 세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나 회장은 태양전지와 관련된 전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과거 대우의 도움을 받아 일본 오가야마 대학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인 리튬 전지의 공업화를 연구했고,현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은 당시,전해망간의 공업생산 기술을 미국에서 배운대로 50여년 동안 섭씨 95도로 생산하고 있었다. 이것을 20도 낮춘 섭씨 75도로 공업생산하는 기술연구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이런 연구 업적을 계기로 현재 일본 샤프사의 태양전지사업부 소재기술 자문역을 맡고 있다.
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10년 내에 솔라 밸리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