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되면서 제주도가 기업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능률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휴가를 겸해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하계 경영포럼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하반기 시장을 전망하고 경영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열리는 포럼은 매년 이맘 때 연례행사처럼 열리고 있지만,올해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고유가 등으로 인해 악화됐던 국내외 경영환경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실용과 창조의 시대,우리 기업의 새로운 진로'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 참석한 400여명의 CEO들은 세미나 첫날,경제한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탓인지 무거운 표정으로 행사에 임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이 "당분간 경기침체가 계속되겠지만 2010년에는 호황이 다시 찾아올 것이므로 공격경영으로 그때를 준비하자"는 말을 하자 "당장 한 달을 버티기도 난감한데 무슨 공격경영을 하란 말이냐"는 볼멘 반응을 내놓는 참석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포럼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일부 기업인들은 "경기의 기(氣)는 '기분 기'란 말도 있지 않은가. 고유가 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외부 악재를 탓만 할 게 아니라 언젠가 찾아올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MP3플레이어를 판매하는 레인콤의 이명우 사장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는 "불황을 이기는 묘수를 디자인과 마케팅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팟 공세에 대적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미키마우스 모양을 본뜬 제품을 내놓은 이 사장은 "아이팟을 두 개 사는 사람들은 없지만 우리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30%는 두 개씩 사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경제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통합적 시각이 CEO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요즘 상황은 '불황기에 호황을 대비하라'는 격언을 무색케 할 정도로 힘겨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깊은 호흡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