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파업ㆍ투쟁歌만 불러대니…" 세계1위 기타업체 한국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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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년간 세계 최고의 기타회사를 일궈놨는데 공장의 문을 닫으려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노조가 강경투쟁과 파업만 일삼지 않았더라도…."
콜트악기㈜의 창업자 박영호 사장(62)은 눈시울을 적시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기기타 및 통기타의 제조ㆍ매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콜트악기의 본사인 인천 부평공장을 오는 8월31일 폐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누적 적자도 문제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한 경영 압박에다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이를 가로막는 노동 관련법 때문에 한국에선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초 피아노 및 기타 생산업체인 수도피아노를 운영하던 선친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박 사장은 27세이던 1973년 인천 부평에 콜트악기를 설립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3년과 1999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각각 현지공장을 세워 자사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 세계에 기타를 공급하며 세계 최고의 기타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본사인 부평공장에선 고급 전기기타를,대전의 콜텍㈜에선 고급 통기타를 각각 생산,국내 공장에서만 연 400억~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중저가 기타를 만드는 해외공장까지 포함하면 한때 연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전기기타 브랜드인 미국 팬더도 콜트악기에 연 500억원의 기타를 주문할 정도로 콜트악기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러나 2002년부터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주된 원인 제공자는 노조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회사 사정은 아랑곳 않고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시간 연장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또 한번 파업을 벌였다 하면 한두 달 일손을 놓는 것은 예사로 여겼다. 이로 인해 수출 납기를 맞추지 못해 해외 바이어들도 하나 둘씩 발길을 돌렸다.
박 사장은 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2005년 8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최대 바이어인 팬더 관계자가 부평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박 사장은 바이어가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조 측에 "바이어가 회사를 방문하니 이때 만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오히려 파업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박 사장을 궁지로 몰았다.
이 사건 이후 팬더는 기타 주문량을 줄여 나갔다. 두 번째로 큰 바이어였던 일본의 기타회사 아이바네즈 역시 올 1월부터 주문을 끊었다. 궁여지책으로 박 사장은 지난해 2월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이번에는 노동당국이 발목을 잡았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인천지방법원이 "해고자 전원(27명)을 복직시키라"고 명령한 것.박 사장은 "부평공장의 경우 2004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06년 18억원,2007년 25억원 등 매년 적자를 내는데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라는 것은 회사문을 닫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결국 박 사장은 지난해 4월 콜텍을 폐업조치한 데 이어 부평공장도 폐업키로 결심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임금인상 등 노조의 요구에 대해 회사가 너무 인색하게 대응해 사태가 악화됐다"며 "노조가 폐업에 합의하진 않았지만 사측이 폐업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콜트악기㈜의 창업자 박영호 사장(62)은 눈시울을 적시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기기타 및 통기타의 제조ㆍ매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콜트악기의 본사인 인천 부평공장을 오는 8월31일 폐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누적 적자도 문제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한 경영 압박에다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이를 가로막는 노동 관련법 때문에 한국에선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초 피아노 및 기타 생산업체인 수도피아노를 운영하던 선친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박 사장은 27세이던 1973년 인천 부평에 콜트악기를 설립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3년과 1999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각각 현지공장을 세워 자사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 세계에 기타를 공급하며 세계 최고의 기타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본사인 부평공장에선 고급 전기기타를,대전의 콜텍㈜에선 고급 통기타를 각각 생산,국내 공장에서만 연 400억~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중저가 기타를 만드는 해외공장까지 포함하면 한때 연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전기기타 브랜드인 미국 팬더도 콜트악기에 연 500억원의 기타를 주문할 정도로 콜트악기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러나 2002년부터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주된 원인 제공자는 노조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회사 사정은 아랑곳 않고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시간 연장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또 한번 파업을 벌였다 하면 한두 달 일손을 놓는 것은 예사로 여겼다. 이로 인해 수출 납기를 맞추지 못해 해외 바이어들도 하나 둘씩 발길을 돌렸다.
박 사장은 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2005년 8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최대 바이어인 팬더 관계자가 부평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박 사장은 바이어가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조 측에 "바이어가 회사를 방문하니 이때 만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오히려 파업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박 사장을 궁지로 몰았다.
이 사건 이후 팬더는 기타 주문량을 줄여 나갔다. 두 번째로 큰 바이어였던 일본의 기타회사 아이바네즈 역시 올 1월부터 주문을 끊었다. 궁여지책으로 박 사장은 지난해 2월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이번에는 노동당국이 발목을 잡았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인천지방법원이 "해고자 전원(27명)을 복직시키라"고 명령한 것.박 사장은 "부평공장의 경우 2004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06년 18억원,2007년 25억원 등 매년 적자를 내는데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라는 것은 회사문을 닫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결국 박 사장은 지난해 4월 콜텍을 폐업조치한 데 이어 부평공장도 폐업키로 결심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임금인상 등 노조의 요구에 대해 회사가 너무 인색하게 대응해 사태가 악화됐다"며 "노조가 폐업에 합의하진 않았지만 사측이 폐업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