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물가상승과 경기과열을 동시에 억제하는 '량팡(兩防ㆍ두가지를 방어한다)'에서 물가를 억제하되 성장은 유지하는 '이바오이쿵(一保一控ㆍ하나는 유지하고 또다른 하나는 통제한다)'으로 전환된다. 경기 경착륙의 위험이 커지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저성장)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25일 후진타오 국가주석 주재로 원자바오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제공작(운용)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치국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 경제가 험난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당과 인민이 일치 단결해 공동 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거시정책 조정의 우선목표로 결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와 관련,"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물가상승 억제가 성장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물가안정보다는 경착륙 방지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후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국내 소비를 진작하고 석탄과 원유 공급을 늘리는 한편 수출신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수와 수출 두 부문 모두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거시경제 정책 방향은 국무원에서 주로 결정했으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확정됐다는 점에서 중국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후 주석과 원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는 이번 회의에 앞서 광둥성 등 경제중심지를 시찰하기도 했다.

중국 정치국은 앞으로 어떤 구체적 정책 카드를 내놓을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상무부와 전인대(국회) 등이 잇따라 건의한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한 위안화 절상 속도 감속 △섬유업종 등에 대한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 부활 △내수 부양을 위한 개인소득세 면세점 인상과 이자소득세 인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0.1%로 4분기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후퇴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증가율은 지난 상반기 13%로 작년 같은 기간의 24%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미국의 신용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수요 둔화,유가 상승 등 경제 전반의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림픽 이후 건설경기 등의 후퇴가 예상되고 있어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거시경제 정책은 옳은 것이었고 앞으로도 긴축에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쑤닝 인민은행 부총재)는 물가안정 우선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9%로 정부의 통제목표인 4.8%를 훨씬 웃돌고 있는 데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 또한 8.8%에 달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일보는 이와 관련,긴축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되 탄력적인 정책운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