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딩대학 교수이자 인지고고학 연구의 선두 주자인 저자는 그래서 음악의 진화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책을 내놓았다. 저자는 음악의 기원 연구를 통해 언어의 기원에 접근한다. 음악의 진화과정을 아는 것이 언어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며 음악과 언어에는 공통의 뿌리,즉 둘이 갈라지기 전의 전구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원시언어의 성격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을 소개한다. 원시언어는 현재의 언어처럼 문법 없이 단어들로만 이뤄져 있었다는 구성적 원시언어설과,단어보다는 의미덩어리로 이뤄진 의사소통체계였다는 전일적 언어설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전일적 원시언어설을 지지하면서 원시언어에는 음악적인 모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Hmmmm' 이론으로 음악이 진화의 쓸모없는 부산물이 아님을 입증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인류를 포함해 '사람과(科)'에 포함되는 모든 영장류를 일컫는 호미니드의 의사소통체계는 제스처와 음악 같은 발성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유인원이나 원숭이와 달랐다. 이들의 의사소통은 메시지가 개별 단위로 쪼개지지 않는 전일성(Holistic),타인의 감정상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조작성(Manupulative),소리와 몸을 동시에 사용하는 다중성(Multi-modal),멜로디와 리듬을 사용하는 음악성(Musical)을 특징으로 했으며 저자는 그 머릿글자를 딴 'Hmmmm'을 초기 인류의 특징으로 규정했다.
특히 호모 속 이전의 마지막 호미니드인 네안데르탈인에 와서는 큰 뇌를 이용해 '미메시스'(모방.흉내)를 동반하는 정교한 의사소통 체계인 'Hmmmmm'을 구사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Hmmmmm'으로 의사소통을 한 덕분에 복잡한 석기를 만들었고 큰 짐승을 사냥했으며 혹독한 북유럽에서 20만년 이상 살아남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들이 바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직립보행을 하면서 발성 폭이 넓어지고 몸짓언어와 리듬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길이 열렸고,남성의 성적 과시를 위해 노래와 춤이 발달하면서 'Hmmmmm'은 구성적 언어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보전달의 부담을 털어버린 'Hmmmmm'은 음악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언어이면서 동시에 음악인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면 'Hmmmmm'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인도의 만트라(주문)나 '지지''우웩'처럼 유아에게 하는 말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낸다. 또 언어라는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을 가진 인간이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언어가 정보는 전달하지만 감정은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두꺼운 책의 분량이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고고학,진화학,뇌과학,언어학,민속음악학,발달심리학 등 수많은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함과 친절한 설명이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