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외국 교육기관이 학교 운영수익금(잉여금)을 본국에 송환할 수 있게 돼 외국 대학들의 국내 분교 유치가 한결 손쉬워질 전망이다. 또 국내 대학들끼리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 과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어 대학들 간 '짝짓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대한 부담 없이 강의나 프로젝트(산학협력 사업)만 전담하는 교수직 신설이 가능해져 대학 학사운영도 훨씬 자유로워지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대학자율화 1단계 조치에 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단계 조치를 24일 발표했다. 교과부는 45개 과제를 이견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잠정확정과제'와 의견수렴이 필요한 '의견수렴 후 확정과제'로 분류해 법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외국대학 본국 송금 허용

인천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들어서는 외국 교육기관들은 학교운영을 하면서 남는 수익금을 본국에 송환할 수 있게 된다. '과실송금'을 100% 허용하는 두바이나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아 그동안 외국대학 유치가 어려웠다. 이번에 규제가 풀림에 따라 인천 송도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연세대 등이 협력관계를 맺는 외국대학을 끌어들이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국 대학들이 국내에서 비싸게 받은 등록금을 본국 학생들의 운영경비로 쓸 수 있는 데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경제특구 내 교육기관들은 비영리 법인만 허용되므로 이익잉여금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적정 수준에서 자율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 간 복수ㆍ공동학위

그동안 외국 대학에 한해 허용하던 복수ㆍ공동학위 과정을 국내 대학끼리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금융분야가 강한 서울대와 산업 관련 전문교수를 많이 확보한 이화여대가 공동으로 '글로벌 경영학' 과정을 운영한다면 서울대와 이대에서 동시에 복수학위를 받거나 두 대학이 함께 인정하는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다른 대학과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과 제휴하는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강사 명칭 45년 만에 폐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된 교원명칭 가운데 전임강사라는 명칭이 1963년 교육공무원법 이후 45년 만에 폐지된다. 정년을 보장받음에도 '강사'로 불려 그동안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조교수에 편입시키거나 '준교수'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교육ㆍ지도나 산학협력 등을 전담할 수 있는 교수직을 만들어 '연구'에 대한 부담 없이 강의 혹은 산학협력 프로젝트만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모든 교수는 연구가 '기본 임무'여서 의무적으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했으며 강의와 프로젝트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왔다.

국립대의 자율성을 확대해 복수의 부총장제를 허용키로 했고 '총액인건비제'에 따라 6급 이하 일반직이나 기능직 교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행정업무 간소화

대학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해 사립대학의 교원 임용시 교과부에 이사회 회의록 사본 등을 제출하는 절차나 수업일수 단축시 교과부 승인절차,임시휴업시 교과부 보고절차 등을 폐지키로 했다. 일부 학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특성화 캠퍼스도 조성할 수 있다.

입학정원 내에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과별 정원 등을 조정할 때 지금까지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기본재산 등 4개 요건 확보율이 모두 전년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야만 했으나 앞으로는 교원확보율 기준만 맞추면 정원 조정이 가능해진다. 이걸우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자율화 뒤에는 분명히 책임이 강조된다"며 "대학에 대한 정보 공개를 통해 책임감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