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가 전남 나주 지역에서 관영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목간(木簡)이 출토됐다.

백제시대 목간이 마지막 수도인 부여 이외의 지방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문헌자료가 부족한 백제의 지방통치 및 지방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24일 나주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주변 지역을 지난 2월부터 발굴한 결과 철기를 생산한 제철 유적과 함께 목간 2점을 수습했다며 이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목간들은 제철 유적 인근의 웅덩이에서 수습됐으며 한쪽 면에서만 붓으로 쓴 글자가 확인됐다.

첫번째 목간은 잔존 길이 8.4㎝,넓이 4.1㎝,두께 0.5∼0.6㎝로 '…年三月中監數長人…出省者得捉得□奴…(…연삼월중감수장인…출성자득착득□노…)' 등의 묵서가 확인됐다. 잔존길이 32.0㎝,너비 4.2㎝,두께 0.3∼0.4㎝인 두번째 목간에도 수십여 자가 씌여 있으나 마모가 심해 '兄將(형장),立(입),女(녀),四二(사이),中口四(중구사),二(이),定文丁(정문정),一女(일녀),二巴四入(이파사입) 등의 글자만 띄엄띄엄 확인됐을 뿐 정확한 뜻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구소 측은 첫번째 목간의 문장이 '3월에 몇 명의 장인(長人)을 감독하고… 체포하여 노비로 삼고…'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목간이 인력 관리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백제의 중앙 및 지방세력의 관계와 이 지역 고대사회의 구조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목간이 출토된 주변에서는 호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삼국시대 제철 유적과 함께 다량의 철 슬래그(찌꺼기)와 도가니,'官內用'(관내용)이라는 글자를 새긴 토기,토제 벼루,기와,목기류 등의 유물이 다량 발견됐다.

연구소 측은 이에 따라 복암리 고분군 동편 외곽에 철기를 제작하는 공인집단이 있었으며 지방관청과 같은 주요 시설이 설치돼 문서행정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목간에 기록된 내용은 이 제철소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여 백제의 철기 생산과 유통 관계를 밝혀낼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