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풍향계] 수입차 시장 호황인데 업계는 웬 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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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초로 3만대 등록을 돌파한 데 이어 연말까지 6만대 판매를 넘보고 있다. 1987년 자동차시장이 개방된 이후 누리는 최대 호황이다. 그런데도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얼굴에 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브랜드별 누적 등록 대수는 혼다가 6391대로 1위를 차지했다. 하반기 등록까지 합하면 혼다는 업계 최초로 연간 1만대 등록 대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6월 한달만 해도 모델별 판매를 보면 혼다 어코드3.5가 655대나 등록되며 1위에 올랐고 혼다 CR-V가 347대로 그 뒤를 이었다. 혼다의 독주로 수입차 시장이 호황을 맞은 셈이다. 이 때문에 혼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업체들의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비용을 아끼느라 출장을 못가고,수입하지 말고 사무실만 유지하라는 본사의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모 업체는 부도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들리는 얘기대로는 아니겠지만,외형적인 호황과 비교하면 너무 살벌하다. 심지어 "IMF 외환위기가 다시 닥친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인은 환율과 유가다. 유로화의 경우 연초 예상환율이 1200원대였다. 지금은 이미 1600원을 넘어서서 1700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원가가 4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차 1대 당 전체 마진이 30%였다면 지금은 남는 것 하나 없이 차를 팔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도 10% 이상 올랐다. 달러화는 다소 그네를 타고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차를 통관하는 순간부터 손해를 본다는 게 수입차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사무실만 유지하는 게 그나마 적자를 덜 보는 일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미 통관한 차들은 판매가 부진하다. 고유가 때문이다. 휘발유차,디젤차 할 것 없이 모두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내방 고객이 30% 정도 감소한 데다 계약을 하려던 고객들까지 구매를 늦추고 있다"며 "7월에는 전월 대비 20% 정도 판매가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판매 가격을 낮춰 파는 수입업체나 딜러들이 늘었다. 시장에 나가 보면 그동안 할인을 하지 않던 어떤 모델을 얼마 싸게 준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파다하다. 손해를 보고라도 공장을 돌리는 이치와 같다. 수입차업계가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환율에 맞춰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환차익을 봤다고 해서 가격을 조정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때문이다. 또 판매 가격이 환율에 따라 널을 뛸 수는 없다는 점에서 가격을 건드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 일부 주력모델의 판매 가격을 대폭 내린 BMW나 아우디,폭스바겐 등을 원망하기도 한다. 당시의 고가격 체제를 유지했다면 지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다소나마 있다는 점에서다.
국산차업체 중 현대와 기아가 최근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판매가 부진해 할인해서 파는 마당에 효과적인 정책은 아니지만,어쨌든 회사가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수입차업체들로선 남의 집 일이다. 다만 국산차업체가 아닌 수입차업체 중 누군가 과감히 총대를 메고 판매 가격을 올려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지켜 보고 있는 셈이다. 뒤로는 "동서, 춤추소!"라고 간절히 부추기는 마음으로 말이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