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명예회복위, 대법판결도 무시‥"불법ㆍ폭력이 민주화 운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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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행사 방해,허위사실 유포로 해직된 사실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해직된 것으로 인정함.'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명예회복위)가 1990년 P사에서 불법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노동자에게 최근 수여한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인증서' 내용 중 일부이다. 폭력행위와 허위사실유포를 민주화운동의 공로로 인정한 게 특이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증서에 쓰인 보충 이유이다. 이를 보면 명예회복위가 제대로 된 국가기관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신청인이 폭력사건을 일으켜 폭력행위 등 법률위반으로 구속됐고… 심한 욕설과 폭력을 쓰며 … 통제요원들의 통제에도 불구,사용자는 물러나고 노조탄압 중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시상식방해,유인물제작,허위사실유포를 이유로 해직된 것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규정에 의거,민주화운동으로 해직된 것으로 인정함.'
이 문구에는 회사가 폭력을 이유로 해고시킨 게 왜 잘못인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이를 민주화운동으로 치장하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에서 내린 해고 확정판결을 무시하고 불법과 폭력을 미화시키는 듯한 이러한 판정은 사법부의 권위에 손상을 줄 뿐 아니라 노사현장에도 큰 혼란을 부채질한다. 더욱이 노사갈등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으로 해고돼 복직이 불가능했던 해고자들도 명예회복위의 무분별한 민주화운동 인정과 복직권고로 '민주투사'로 둔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불법파업 등으로 해고된 3670명이 명예회복을 신청해 이 중 2011명이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자로 인정받았다. 풍산의 경우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불법노사분규를 주동한 이유로 징계해고된 노동자 수십명이 명예회복 신청을 내 이 중 31명이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자로 인정받았고 29명은 복직권고까지 받아냈다. 해고자들의 '명예회복'이 잇따르자 풍산에서 불법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또다른 17명도 지난해 추가로 민주화운동 인정을 신청한 상태이다. 풍산해고자들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민주노총 서울본부,전해투 등과 함께 23일 서울 충무로 소재 풍산 본사(극동빌딩) 앞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풍산의 복직권고거부에 대한 규탄집회를 갖고 복직권고를 촉구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 초 불법파업과정에서 해고된 포스코 노동자 5명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고 곧 복직권고도 받아낼 것으로 알려져 회사 측이 긴장하고 있다.
재계와 학계 등은 명예회복위의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명예회복위의 복직권고가 구속력이 없더라도 권고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기대심리를 갖게 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복직권고를 내린 위원회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불법파업을 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권고는 불법행위의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는 결과이며 법원판결을 뒤집는 꼴"이라며 "이를 받아들인다면 회사의 인사절차도 모두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