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 잔액이 40조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채권형 상품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데다 최근 단기성 자금이 급증하면서 MMF(머니마켓펀드) 등 경쟁상품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1일 현재 39조5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펀드 잔액은 지난 14일 40조원이 무너진 이후 일주일 이상 39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채권형펀드는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으로 200조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에는 40조원대를 간신히 지켰다. 전체 펀드 중 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말 21%에서 이달 들어 10%로 급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채권형펀드 규모가 40조원 아래로 줄어든 것은 펀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년 말 46조원대였던 MMF 잔액은 지난 21일 현재 82조원대로 급증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부진해 관심이 떨어진다"며 "특히 최근에는 MMF 등 단기 운용 상품으로 기관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다만 향후 금리가 안정되면 채권형으로 기관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들도 국내 채권을 대량 매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상장 채권시장에서 약 3조1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는 2006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상승(채권값 하락)으로 국내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위기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 채권 규모만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신동준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14조5000억원을 포함한 외국인의 채권 투자자금이 재투자되지 않고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