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건설되는 아파트형 공장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일부 기업들의 단순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이나 준공 이후 임대수익을 노리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작년부터 빌딩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형 공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법에서는 이 같은 아파트형 공장 편법분양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분양권 전매 기승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금천구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 3단지에서 20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한 시행업체 G사는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불법 분양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 기업은 "G사가 입주자 모집공고도 내기 전에 단순히 분양권 확보만을 노린 4~5개 업체로부터 청약금을 받아 분양해줬다"며 "이들 업체는 분양가 10% 정도의 권리금을 얹어 분양권을 다시 팔고 있어 실입주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고발장에서 주장했다.

이 같은 아파트형 공장 분양권 전매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비롯한 일부 수도권 산업단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포스트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새로 지어지는 공장이 많은 3단지에서 분양권 전매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역세권 등 위치가 좋은 아파트형 공장은 분양이 금방 끝나고 입주 후 매매가도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구로동 에이스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3.3㎡당 매매가가 최고 750만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최고 800만원짜리도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임대수입 노리는 기업들도

임대수입을 노리고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시행.시공사인 에이스종합건설 관계자는 "강서구 구로구 등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는 기업들의 30% 정도는 임대수입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3.3㎡ 당 월 임대료는 3만5000~4만원 정도.최근 아파트형 공장 분양가가 3.3㎡당 460만~6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간 분양가 대비 최고 10%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형 공장이 투자자들의 수익용 부동산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데도,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아파트형 공장은 첨단 정보기술(IT)이나 유망 제조업 분야 등의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건설되는 업무용 빌딩이다. 이 때문에 분양대상 기업과 임차기업의 자격도 까다롭다. 산업단지 관리자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심사를 받아 통과하는 업체만 입주할 수 있다. 입주기업은 취득.등록세가 면제되며 5년 동안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시행사나 시공사가 준공 이전에 사무실을 선분양할 때는 산단공의 별도 심사 작업이 없어 무조건 분양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분양된 사무실은 다시 준공 무렵 자격을 갖춘 실수요 기업에 되파는 등 전매가 이뤄진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산단공은 또 투자목적 분양을 근절하기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최초 계약자는 5년 동안 매각이나 임대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현행법상 세금혜택을 받은 만큼의 환급 이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투자목적의 분양을 막기 위해 입주 때 개발업체로부터 받도록 한 '입주자 사업계획서'를 앞당겨서 분양 때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