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부품업체와 구두계약을 맺던 관행을 서류계약체제로 전면 개선하고,원자재 값이 오르거나 환율이 오르내리는 데 맞춰 납품단가를 수시 조정하기로 했다. 또 협력업체와의 상생(相生)을 위해 올 하반기에만 81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22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이윤우 부회장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서울통신기술,삼성전자로지텍 등 삼성전자 7개 계열사 및 협력업체 대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맺고 이 같은 내용의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740여개사는 물론 7개 계열사의 협력사까지 포함해 1350여개 중소기업들에 적용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 로드맵'은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하며 업계 최초로 출범시킨 상생협력실의 첫 작품이다. 이 부회장 직속으로 설치된 상생협력실 초대 실장직을 맡은 조원국 부사장은 지난 두 달간 협력회사들을 돌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소속 구매부서가 한 해에 쓰는 돈은 약 10조원.구매부서가 1%만 구매단가를 내리겠다고 하면 1000억원이라는 부담을 협력사가 짊어져야 했다. 상생협력 방안은 이 같은 무리한 방법을 견제하면서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선정과정부터 투명하게 만들기로 했다. 선정 기준과 취소 기준을 명확히 해 지원 업체간 잡음이 없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협력사는 원가절감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파트너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상생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상생협력을 지속적인 흐름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상생협력실 조직을 기획-운영-컨설팅-VOC(고객의 소리)로 이어진 4개의 그룹으로 편성했다. 기획그룹이 협력사업 방향 등 큰 그림을 그리면 운영그룹은 이를 집행한다. 올 하반기에 협력사에 지원하는 810억원의 자금 집행을 이곳에서 담당한다.

인재 양성과 맞춤형 기술지원을 위한 조직인 컨설팅 그룹도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쌓아온 생산과 경영 노하우를 해당 협력사 상황에 맞춰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VOC그룹은 협력사들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을 기획그룹에 전달해 제도를 개선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맡는다. 이밖에도 상생협력실 내부에 임원 3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두고 협력업체 선정과 대금 지급 등 모든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이재용 전무가 담당했던 최고고객경영자(CCO) 역할을 상생협력실에 맡기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