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는 출범 당시 마음먹었던 대로 공기업 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이명박정부의 '시장주의경제' 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뒤에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현 원장은 이날 본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정부가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공기업 선진화 등 고유의 경제 개혁 아젠다(의제)를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며 "돈을 버는 공기업은 매각하고 전력 가스 등 이른바 '네트워크 공기업'은 국가가 맡아서 운영하되 생산 부문에는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나아가 경제 개혁이 지금의 경기 침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팀이 물가 상승 등에 세심하게 대응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며 "하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약속한 규제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뒤처진 정치와 제도,법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현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성장 환경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8위를 차지했다"며 "거시 안정성이나 기술력,인적자본 등의 평가 요소에서는 5등 밖으로 밀려날 이유가 없었지만 정치 환경,즉 정치 안정이나 제도 법 운영 등에서 뒤처져 밀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의 환율 관리에 대해서는 "정부나 시장 모두 환율은 양쪽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정부의 기능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때 도입했던 세금이나 제도가 합리적인지를 검토해 봐야 하지만 규제를 고치는 시점은 투기 가능성이 사라진 다음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대외적인 환경은 내년까지 안 좋겠지만 규제 완화 등 제도 개혁이나 공기업 민영화 등을 잘 정리하면 내년쯤 국내 분위기는 좀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